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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서평

[책리뷰] 인문학으로 콩갈다

by Mash UP 2012. 4. 28.

  글 그림 박연 / 북하우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이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정말 유쾌발랄하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책을 일단 열어서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완독하고 싶은 충동을 뿌리치기 어렵네요 ㅎㅎ 

저자 박연은 유명한 광고쟁의 딸로 초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뒤 한국에 돌아와 초등,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다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지은이의 히스토리를 감안하고 이 책을 보면, 대한민국의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한 저자의 충격과  걱정 어린 우려의 시선들에 더욱 공감이 됩니다.  한 마디로 모든 학생들이 한곳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 학원이라는 감옥에 갇혀 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 나머지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가 공포스럽고 괴기하다는 것인데요.

이 책은 꿈 많고 자유로운 소녀의 당돌하고 재미난 생각과 느낌 감정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또래 청소년들에게는 자극을, 성인인 어른들에게는 한참 꿈많았던 학창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저자는 가족의 일상을  알콩달콩 재미있는 스토리로 풀어나가며, 주인공을 중심으로  군림의 제왕 '엄마', 영원한 제 3 계급 '아빠',  제 1,2 계금 (성직자, 귀족)인 '나' 지은이의 콩가루 집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학부모의 시각이 아닌 교육의 당사자이자 소비자의 주체적인 시각에서 통쾌하게 비판을 날리는 날카로움이 있는 반면 미술에 깊은 조예와 재능을 보이고 있는 학생답게 책 곳곳에  손수그린 '삽화'를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고등학생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

미국 -한국 - 미국을 오가며, 제 3자의 시각으로 교육에 대한 본질을 살짝 건드리는 대목과  어릴때 부터 부모를 잘 만난 턱?에 인문학을 두루 섭렵한 배경은 이 책이 저자가 과연 고등학생이던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음악, 미술, 역사에 대해 마구 풀어내는 이야기들.. 마냥 재미있게 놀았을 법한 저자의 죽도록 공부한 경험담은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머리 속에 남습니다.   특히 AP"(Advance Placement) 시험을 준비하며  물리학, 미적분학, 미술사, 세계사 이런 과목을 공부하는 깨알 같은 이야기들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AP시험은 고등학교에서 정규 대학교의 1년 과정을 미리 공부해서 나중에 미국 대학교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과목들에 대한 시험이다

세상에 고등학생이 이렇게 공부를 하다니 싶을 정도로  저자를 비롯해서 미국 고등학생들은 많은 책을 읽고 에세이를 씁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시각으로 미술과 역사를 논하고, 미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과목을 공부하다 막히면 일대일 상담과 특별학습 지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확연한 공부방법의 차이는 미국에서는 단순히 넓은 범위를 암기 위주로 하는 공부보다는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공부를 선호하다는 점입니다.

학생 선발에 있어서도 남다릅니다. 미국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할 때  까뮈의 <이방인>을 읽고 난 소감에 대한 에세이를 제출하는 식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서 고등학교 입학 에세이로 제출하는 수준높은 교육 시스템이 부럽기만 하군요. 대학에서도 이런 식의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한민국에는 얼마나 될까요?  암기 위주의 공부기계를 양산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 안타깝고 .. 사교육비에 들이는 돈이 매우 아깝기만 할 뿐입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 저자를 통해 살펴본 미국 교육시스템은 매우 인간적입니다. 

8학년 10학년 때 영어 연말고사 주제는 지난 1년 동안 읽은 소설, 희곡, 단편 들을 모두 합쳐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작년의 에세이 주제는 'power struggle'(,권력 다툼). 이런 식이다.  역사 과목은 '근대 사회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근대 사회로 다가서는 전환점이 되는 사건을 3가지 써보라'이다

하루하루 행복하기만 한 매우 낙천적인 저자의 글들을 통해서 '공부' 자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도외될 수 밖에 없는 인문학에 대해서,  일회용 공부,. 시험이 끝나는 폐기처분하는 공부에 평생을 그렇게 보내는건 아닐까요? 대학은 물론이고 대학원 공부도 좋은 성적표를 받기위한 암기 위주의 교육이 너무 심한 현실입니다   제대로 공부하는 법, 공부의 재미를 알아가도록 이 땅의 아이들이 커나갔으면 좋을 텐데..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상상하기 힘들다) 아빠와 뭉크의 <절규>의 그림에 대해서 논하고, 고양이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가족회의를 진지하게 논하며 인문학의 튼튼한 기본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진회, 왕따로 얼룩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초, 중, 고 교육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곪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과목별로 선생님들과 끊임없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일대일 과외를 학교 선생님들에게 받을 수 있다.  에세이 과제를 준비하면서 최소한 한번 이상 미팅 시간을 잡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의 문제는 이러한 멘토의 부재이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아무도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가장 순수하고 학구열이 불타올라야할 시기에 정신적인 공황?이 있는 듯합니다. 아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외모지상주의와  성공을 향한 출세주의입니다. 이 프레임은 어른들도 벗어나기 힘들지요.  고전과 인문학을 탐독하며 공부를 터득해 나가는 미국 청소년들(모두 그러한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에 대해서 말이다)에 비해 우리 나라 학생들의 지적인 토양은 너무나 황폐합니다.

일상은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 

매주 주말이면 부녀는 서점을 가고 가족이 모두 함께 영화를 보고, 때로는 파티를 열어 인생을 마음껏 즐깁니다.  행복이 따로 있을까요?  일상은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  매일 생활에서 여행자처럼 새로움을 발견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라는 아빠의 말.. 여행지에 가서는 관광 사진만 찍지 말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스케치하라는 말이 다가오네요.

아빠의 직업이 유명 광고인이다 보니, 저자는  그 유명한 칸 광고제에 다녀오는 호사도 누려봅니다.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광고인들이 참가한 광고제에서 광고물을 직접 보고, 광고계 사람들 유명인사를 만나본 이야기들이 흥미롭습니다.  루퍼트 머독의 스피치 일화는 예상밖입니다. 화법이 매우 느리고 부드러워서 ? 세미나 스피치를 듣는 강당의 사람들이 모두 졸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낙관주의로 똘똘 뭉친 가족의 일상. 대한민국의 가정들이 이렇게 행복하면 좋을텐데..

엄마는 엄마대로 전업주부를 매우 즐기고, 아빠는 유명 광고인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매우 잘하고 살고 있습니다. 딸은 입시위주의 감옥에서 벗어나 미술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매니큐어로 아이팟, 휴대폰, 가방 , 카메라를 유니크하게 꾸며주는 대박을 쳤습니다. 재미삼아 시작한 일에서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돈도 벌게 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유니키파이 프로젝트>를 만들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400달러가 넘는 금액을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저자는 이런 활동이 알려저 남들앞에서 연사로 서게 되고 그런 꿈을 실현하는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난 소감은 공부의 즐거움.. 공부가 땡기게 하는 책.. 그리고 멀리했던 인문학을 반추하게 하는 책입니다.  
새로운 일탈과 창작의 열망에서 몸부림치는 누군가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며,이 땅의 중, 고등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에게 또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필자처럼 아직 칸 광고제에 가보지 못한 .. 광고 근저리의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광고인의 일상을  엿보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추천 하고자 합니다.

빠르면서 속도감 있고, 톡톡 튀는 발랄한 문체들은 머리가 지긋하게 아플때 , 현실에서 약간의 일탈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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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연

90년대가 시작될 무렵 태어났다. 서울 도봉동 천사유치원에서 사회화교육의 첫 발을 내딛었으며, 1년 뒤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2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는 미국 뉴욕의 트로이 엠마 윌라드 스쿨로 진학해 3년째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루이 14세를 빼닮은 제왕적 엄마와 제3계급 신분인 아빠(대외적으로는 한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뭉키와 마토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며 콩가루 집안의 정수를 체험하고 있다.
10대들을 대상으로 하여 국내 최초로 열린 테드엑스TEDx 청소년 행사의 연설자 1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유니키파이(Unique-ify) 도네이션 프로젝트에 대해 연설하기도 했다. 유니키파이 도네이션 프로젝트란 평범한 물건에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으로 바꾸어주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도움이 필요한 기관에 기부하는 활동이다.

글씨를 씁니다

* 연이의 유니키파이 도네이션 프로젝트 블로그
  http://unique-ify-emma.blogspot.com/

이곳에 방문하면 예술가 '박연'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정말 유니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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