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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간 VS 컴퓨터의 흥미로운 세기의 매치 그 끝은 어디로 향하는가

by Mash UP 2016. 3. 16.

1997년 체스 신동 '게리 카스파로프'와 '딥블루' 그리고  2016년 '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매치


세계 정상급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 딥 마인드팀이 개발한 ‘알파고(AlphoGo)’의 세기의 매치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매치는 1997년 6월에 11살 때부터 체스 신동으로 불렸던 ‘게리 카스파로프’와 IBM 슈퍼컴 딥 블루(DeepBlue)의 체스 매치와도 비견할 만하다. 게리 카스파로프는 딥 블루와 2년 연속 경기를 펼쳤는데 96년 경기는 4:2로 승리했고, 97년에는 딥 블루와의 6국에 걸친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그것도 마지막 대국은 1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패해 그의 경력에 최단 시간 패배 기록이 되었다.




당시 IBM의 딥블루는 30개의 CPU, 480개의 VLSI 고집적, 고용량 메모리가 창착되었고 무게만 1.4톤에 달하는 괴물 수준의 컴퓨터였다. 그러나 IBM의 딥블루는 최근 이세돌 기사가 일전을 치룬 알파고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수준이다. 알파고는 고성능CPU 1920개 + 그래픽GPU 280개 가 장착된 서버 군단이다. 단순 스펙으로만 놓고 보면 알파고가 UFC 프로 파이터 그룹이라면 IBM의 딥블루는 코흘리개 어린 아이일 뿐이다.

1946년 미국에서 만든 진공관 컴퓨터인 애니악이 세계 최초 컴퓨터로 기록된 이래, 인간과 컴퓨터의 지능대결은 지금까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승패에 관해서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시간, 공간 및 육체라는 물리적 제한을 여전히 받고 있지만, 컴퓨터는 인간처럼 시공간, 물리적 제한을 받지 않으며 날이 갈수록 영리해지고 있다.

알파고의 프로그램 설계자이며 구글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가 이번 매치의 목적에 대해 “우리는 알파고의 한계에 대해 시험해 보기 위해 이곳(한국)에 왔다"고 방문목적을 밝혔는데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설계자가 궁금할 정도이다. 또한 그는 알파고를 개발한 목적을 “알파고는 하나의 전문분야를 가진 전문가가 아니라 지구상에 있는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해 모든 방면에 있어 최고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목표한다”고 했다.

이번 바둑매치에서 이세돌 기사가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알파고는 매정하게도 자신의 수를 이내 두어 지탄을 받았다. 이는 바둑 경기에서 비 매너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초능력자(computer machine)를 인간이 만들고 나름 권위도 부여했는데 이 새로운 권위자의 매너를 지적한다면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인간 스스로가 오만하며 그 자체가 오류 투성이 임을 자인한 셈일지도 모르겠다.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매치에 대해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연일 희비가 엇갈린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그의 트위터에서 이번 매치에 한국만 해도 3,300개의 기사가 보도되었다며 사람들의 관심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매치에 대해 바둑 해설 관계자가 컴퓨터에 대해 전문적 식견이든 해설을 하는가 하면, 한편에선 바둑기원에 수강문의와 등록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적인 바둑이 첨단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컴퓨터와 매치를 통해 전 국민적 스포츠로 부상할 조짐마저 보이니 말이다.

구글은 2009년 무인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가졌다. 구글 비밀연구소인 ‘구글X’ 를 통해 알파고의 기본 뼈대인 인공신경망을 연구를 시작했다. 2013년 AI전문가이며 80년대부터 머신러닝 분야를 연구하며 ‘딥 러닝’이란 개념을 처음 고안한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를 영입하며 인공지능을 깊이 파고 들었다. 이듬 해 1월 “우리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란 홈페이지 하나 딸랑 열어둔 직원 50명의 영국 AI업체인 딥마인드 테크놀러지(현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가 창업)를 4억 달러에 인수하며 알파고 개발에 착수했고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서양장기인 체스와 컴퓨터의 대결이, 동양으로 넘어와 바둑과 컴퓨터의 대결로 무대만 바뀌었을 뿐이고 인공지능의 실체가 점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는 게임만을 위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아니다. 인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역학관계에 놓여있는 사회, 군사, 의료, 경제 영역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과 기계의 싸움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 하나 있다. 2차 대전 시 영국이 독일군이 사용하던 암호기계인 애니그마의 암호를 푸는 해독기를 만들어 전세를 역전시켜 연합군이 독일을 이기게 되었다. 정보를 다루고 처리하는 기계를 만들어 인간이 풀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유한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에 따른 것이니 본능에 순응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구글은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매치에 들일 비용에 대해, 이세돌 개인에게 대전 참가료 15만 달러(한화 1억 8천만), 판당 승리수당 2만 달러(한화 2,400만), 승리시 100만 달러(한화 12억)을 내걸었다. 구글이 이 매치를 통해 얻은 광고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전 세계 73억 인구중 43% 해당하는 32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미국 3억 인구가 열광하는 미국 슈퍼볼 시청자 수는 1억 1,250만명(2016년)이다.(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 30초당 광고단가가 500만 달러(한화 60억 8천만)이며 3초에 400만 달러에 달한다). 구글은 슈퍼볼과 비교할 수 없는 장시간 매치를 통해 전 지구촌 사람들에게 풀타임 광고를 성공리에 마쳤다. 구글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패 자체에 별 관심이 없다. 어쩌면 알고리즘 특성상 확률 조절이 가능하니 진짜 승리한 것인지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구글은 어찌되었든지 이번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매치를 통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 하나는 적은 광고비(대전료)를 들여 세계 정상급 바둑기사와의 매치 형식의 프로그램 중계를 유도해 장시간 노출이란 극대화된 광고 효과를 보았다. 또 하나는 구글이 인공지능 분야에 종가집이란 점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그런데 정작 세계 언론의 관심은 이번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데미스 허사비스’의 다음 행보에 쏠려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그 수가 적고 여전히 개발할 것이 많은 분야이다. 인공지능 전문가를 모셔가려고 두 눈에 불을 킨 곳은 헤지펀드 같은 금융회사들이다.

인공지능(AI)을 전공한 박사들이 졸업 후 절반이 헤지펀드와 같은 금융회사에서 금값으로 모셔가는 이유는 예측이 힘든 인간의 행동에 심리적인 요소를 결합해 파악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로 이점이 헤지펀드 경영자들들이 주식, 채권, 외환등의 금융시장에 인공지능(AI)을 응용해 보려는 강한 욕구를 일으켰고 이는 미래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결과제 이기도 하다. 현재도 금융시장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긴 하지만 인간의 변덕스러움을 충분히 파악할 만큼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지능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세돌 기사와 구글 알파고이 매치를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앞에서 살펴본 구글과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개발을 완료하고 난 후 내딛는 행보인 것이다.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세기의 매치는 그림자에 불과할 뿐이다. 실체에 대해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과학, 의학, 바이오, 생물학, 사회학, 경제학, 엔지니어링, 인문학등 인간의 모든 지적 유산은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로 모아지고 집약되고 있다. 인간처럼 느끼며 생각하고 판단하는 스마트한 로봇, 즉 휴머노이드의 완성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 시대가 지금 보다 더 나은 행복을 가져다줄지, 더 큰 불행을 가져올지 예견하기가 쉽지 않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유사이래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불행을 자초해 왔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이 욕심을 완벽하게 제어한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적절히 통제할 수만 있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행복과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수단으로 병행될 수 있지 않을까?


*이글은 외부 기고로 송태일, 유밴 큐레이터 팀장님의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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