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미디어와 민주주의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의 4월과 5월이 참 슬프고 아팠습니다.
특히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고, 언론인 스스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때 무엇이 문제인가? <미디어와 민주주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부피가 무게가 만만치 않은 이 책.. 페이지가 무려 400 페이지가 넘습니다. 내용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꼭 읽어 보아야하는 이유는 저자가 국내 언론학계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석학, 영국 런던대학교의 제임스 커런(James Curran) 교수라는 데 있습니다. 그의 평생의 연구의 결과 미디어와 민주주의의 관계 연구의 정수를 요약했기 때문이지요.. 미디어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강추드리구요, 국제적인 안목에서 미디어, 민주주의 이론, 미디어와 기술, 미디어 비교 연구, 미디어의 역사를 거시적인 안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미디어 시스템, 공영방송시스템에 대해 살펴 볼 수 있겠습니다.
강대국와 약소국,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와 권위주의 국가에서 미디어와 저널리즘이 어떻게 다른지 사회 체제와 연관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책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저널리즘이 독립적인 나라는 미국입니다. 세계 곳곳은 여전히 미디어가 노골적으로 통제되고 있는데요. 아직도 지구상에서는 '부정확한 보도'를 하면 최대 7년 간 수감될 수 있는 짐바브웨이 같은 나라가 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주요 주간지 세 곳이 당국의 명령을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주로 권위적인 국가들 알바니아, 모로코 같은 국가에서 관영 방송은 정부 입장을 따르게 되는데, 여기에 중국, 시리아 이런 나라가 해당됩니다. 통제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이루어지는 즉 민영 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나라들은 라틴 아메리카, 민주화 되기 이전 타이완.. 아 그리고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을 이 카테고리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것 보다 더 끔찍한 나라는 언론이 사적 폭력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입니다. 러시아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합니다.
모든 정부는 홍보나 다른 수단을 통해 미디어를 '관리'하려 들지만 권위적인 사회에서 이런 것들이 개방적인 사회보다 훨씬 위협적인 방법으로 행사하게 되고 있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책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미디어와 정치 모델을 연관시켜서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모델 :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영국
민주적 조합주의 모델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분화된 다원주의 모델 :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자유주의 모델>은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시장 지향성이 강한 모델로, 언론인이 전문직 대우를 받고 자율적인 방송 규율체계에 의해 '사실'중심의 저널리즘이 형성된 경우이며, <민주적 조합주의 모델>은 잘 조직된 사회 그룹이 있어 합의에 의한 정치 시스템이 정착한 나라에서 실질적인 언론규율과 보조금이 있는 그러한 형태입니다. <분화주의 다원주의 모델>은 새롭게 민주제도를 시행한 나라로 이성적-법적 권위 토대가 상대적으로 약해서 언론의 영향력을 도구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정치우의 방송 시스템, 그리고 평론에 치중한 저널리즘의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같은 카테고리에 있지만 , 사실은 자세하게 보면 매우 다릅니다. 미국의 반전은 독립적인 배경에 상업성이 가장 극대화되었다는 점이고, 영국은 BBC와 같은 공영방송이 매우 발달한 나라입니다. 상업주의의 척도는 국제뉴스와 국내 뉴스의 비율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상업주의는 국제 뉴스가 불과 전체 뉴스의 2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면, 영국은 국제뉴스가 상대적으로 많으나 이 또한 연성뉴스에 할애 폭이 큽니다.
<미디어와 민주주의 >책을 보는 이 시점에서 강대국도 미디어 선진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거의 멘붕이지요 . 오히려 핀란드, 덴마크 같은 유럽 나라에서 가장 진화된 미디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공영 채널들은 해외 뉴스를 다루는 시간이 훨씬 많은데요.. 핀란드의 경우 해외 뉴스를 다루는 시간이 미국에 비해 무려 50퍼센트 이상이 많습니다. (이 점은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핀란드와 덴마트가 가장 진화된 미디어 선진국인 것은 국제 뉴스가 유럽 인접국 외에도 다양한 대륙을 다루고 연성 뉴스보다 경성뉴스의 비율이 더욱 높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시각! 연성뉴스와 경성뉴스를 가르는 기준은 뉴스의 소재가 아니다.
예를 들어 범죄 기사를 경우 공공의 선과 범죄 문제를 연결시켜 보도하면 '경성뉴스'로 분류하고 , 뉴스의 초점을 범행수법이나 희생자를 자세히 묘사한다면 '연성뉴스'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목은 우리나라의 미디어에서도 심도 깊게 살펴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저자가 책 전반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대중은 '신문'이나 '인터넷' 보다 '방송'에 의해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즉 방송 미디어가 의제 설정력이 가장 띄어나다는 것입니다., 방송이 정치나 시사를 황금 시간대에 더 많이 방송 할수록 국민이 더욱 시사에 해박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된다는 것이 자료 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즉 미디어가 무엇을 보도하느냐 보도하지 않는냐가 대중이 무엇을 아느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상업주의의 한계는 황금 시간대에 뉴스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않고, 오락 프로그램을 더 편성하게 되는 취약점이 있다는 것입니다.(미국의 방송사들이 저녁 7시 부터 11시까지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데 반해, 핀란드 방송사 3곳은 주요 뉴스프로그램을 저녁 6시, 7시, 8시 , 10시에 수 차례에 걸쳐 편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국제 문제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지요. (단편적인 예로 미국인의 67퍼센트가 프랑스 대통령 이름을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유럽의 공영방송 시스템은 시청료나 공적 교부금으로 재원을 조달하기 때문에 방송 보도 또한 사회의 모든 부문을 연계해야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고, 리서치를 통해 특정 분야의 시청자들이 외면받고 있다는 증거가 나올 때마다 즉각 시정조치가 나온다고 합니다.
공영방송과 상업 미디어의 목표가 다르다는 강조, 공명 미디어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는 점에 밑줄을 싹 긋고 싶었습니다. KBS도 엄연히 공영방송인데요, 공영 미디어의 공적 의무 '공중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 시스템의 문제가 없는지 , 이번 기회에 방송 , 정책 입안가들은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언론 개혁에 힘써야겠습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내용을 여기에서 다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후반부에서는 오락적 민주주의로 미디어를 이야기하며, 각국의 드라마, 리얼리티 쇼의 스토리를 분석하고 있는 점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병원 드라마 <사상자> Casualty 같은 프로그램은 진보적 집단주의 가치를 대변하고, 영국의 보건 시스템의 우월함을 어필하는 매개체가 되고있다는 식입니다.
또한 자유의 꿈과 인터넷에서는 IT기술이 미디어에 어떠한 진보를 이루었는가의 '명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회의적인 시각이 좀더 강한데요. 결국 인터넷으로 옮겨간 미디어도 정치적 독립성을 이루려면, 수익모델을 창출해야하는데 이 부분에서 완벽하게 성공한 케이스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여 아날로그 언론사보다 온라인 미디어가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그 예로 <오픈데모크라시>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마지막 후반부에서는 영국의 미디어의 역사를 통해서 1800년대 미디어의 헤게모니를 들여다 볼 수 있고, 미디어와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목차 보기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
제1부 미디어 비교 연구 01 언덕 위의 휘황찬란한 도시02 새로운 정설에 문제 제기하기 03 미디어 시스템, 공적 지식 그리고 민주주의: 비교 연구
제2부 미디어와 민주주의 이론 04 오락적 민주주의 05 자유의 꿈과 인터넷
제3부 미디어와 신기술
06 기술에 대한 오래된 예언 07 저널리즘의 미래
제4부 미디어와 역사
08 미디어 역사 담론 재검토09 사회통제 기구로서의 신문 10 광고라는 보조금 제도
제5부 미디어와 문화
11 문화 전통 관리자로서 미디어 12 시장 자유주의 시대의 미디어와 문화 이론
감사의 글
『미디어와 민주주의 』,제임스 커런,
저자 James Curran
유럽을 대표하는 커뮤니케이션 학자다.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 커뮤니케이션학부의 교수이자 이 대학교의 레버흄(Leverhulme) 미디어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Power without Responsibility (공저, 2010, 7판), Media and Society(2010, 5판), Media and Power[2002, 5판, 미디어 파워(2005)]를 포함해 여러 권의 저작과 편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