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디지털 놀이터
<디지털 놀이터>는 제일기획에서 굵직한 광고 캠페인과 디지털 프로젝트를 수행한 크리에이터 김홍탁 마스터의 책입니다. 책 표지에 “소비자를 놀게 하라!”고 적혀 있는데, 이 문구가 이 책의 결론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고객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고객과 무엇을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 디지털이 기술이 아닌, 인간의 ‘감각’이 되어버린 시대, 콘텐츠의 홍수, 미디어의 과잉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이 책은 광고/홍보 등 커뮤니케이션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 고민의 해법을 열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는데요. 본문에 등장하는 10개의 키워드는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기술과 정신이 집약되어 있는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10개 키워드에 부합하는 다양한 디지털 캠페인들이 소개되어 일부러 찾아보기 힘들었던 광고 캠페인 사례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만들어 주는 훌륭한 책입니다.
만나서 놀고 퍼뜨리는 디지털 마케팅 키워드 10
1. 놀이터
매스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주입하는 시대는 갔다고들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마케팅도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고, 브랜드와 놀고, 브랜드를 퍼뜨리는’ 행위가 펼쳐지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의 핵심인데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의 삶에 대해 정통해야 하고, 이를 통해 ‘리얼 인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2. 앰비언트 미디어
앰비언트 미디어란 ‘주위의 미디어’로서, 말 그대로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미디어로 활용된다는 의미입니다. 앰비언트 미디어의 장점은 소비자와 만나기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침투할 수 있어 소비자와의 근접성이 확보된다는 점인데요. 소비자들이 방심하는 틈에 다가서는 예측 불허의 특징이 있어 놀라움의 강도가 더 크다고 합니다. 이를 잘 활용한 캠페인은 홈플러스의 지하철 가상스토어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홈플러스 가상스토어
3. 바이럴
바이럴은 많이 들어본 말이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정의 내리기도 쉽지 않은데요. 이 책에서는 바이럴을 ‘자발적으로 퍼져나가는 에너제틱 콘텐츠’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버즈’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콘텐츠라는 건데요. 바이럴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구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제때, 다르게’ 던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4. 콜라보레이션
콜라보레이션은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인데요. 요즘은 디지털 기술로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 기획자, IT전문가, 예술가 등이 모여 힘을 모아야 합니다. 더 이상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시대에, 서로가 가진 기술을 공유하면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협력의 의미가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말에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5. 유튜브
유튜브는 매분 1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최대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입니다. 과거에는 각 지역 방송국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청자들이 TV로 영상을 접했지만, 유튜브가 있는 지금은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무명의 아무개 씨도 손쉽게 유튜브에 자신의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대표적인 참여형/공유형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튜브의 파워가 세지면서 심의가 있는 TV를 배제하고, 아예 유튜브를 겨냥한 광고 콘텐츠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20억 뷰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 스타일'
6. 좋아요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비롯하여 리트윗, 쉐어, 팔로우 등의 단어가 어느샌가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단어들에는 나눌 가치가 있는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공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데요. 공유의 플랫폼은 세상의 가치관을 만들어 나가고, 평범한 사람들도 미디어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7. 모바일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만든 이후로, 우리 삶에서 모바일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스마트폰을 늘 끼고 사는 사람들을 일컬어 ‘호모 모빌리언스’라고 하는데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안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브랜드의 목표는 모빌리언의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의 마음에 자리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8. 혁신
이 시대 혁신을 이뤄내는 공식은 디지털 기술 + 크리에이티비티 = 혁신 입니다.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되려면 첫째, 수십억의 사람들에게, 적어도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공상과학소설에 나옴직한 요소가 적어도 하나는 있을 만큼 해결책이 혁신적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혹은 가까운 미래의 기술로 구현이 가능해야 하지요. 이런 기준에 따라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기업으로는 구글이 있는데요. 구글 X팀은 이러한 기준을 고려해 우주 엘리베이터, 순간이동, 무인 자동차, 카메라 내장 콘택트렌즈 등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조용히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9. 디지털적 따뜻함
디지털 기술에는 인류애와 같은 보편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가치가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을 위한 기술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착한 기술’, ‘적정 기술’이라는 키워드는 사회 문화를 변혁시키는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약회사 ‘화이자’에서는 영양제를 깜빡하고 잘 챙겨먹지 않는 부모님들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영양제 먹을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자녀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알람을 개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보그에서는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스마트 기기 화면을 터치하면 폭력에 괴로워하는 여성의 모습을 노출시킴으로서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기도 했습니다.
보그 'Beating Facts' 캠페인
10. 공유 가치 창출
광고의 성공 여부가 매출에 근거했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마케팅의 효과를 ROI가 아닌 VOI(Value On Investment)로 측정하는 시대입니다. 마케팅 환경의 급변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변화하고 있구요. 사람들의 플랫폼에서 상호작용하고, 거기에서 느낀 가치를 스스로 퍼뜨리는 ‘공유’활동이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는 호혜적인 의미의 CSR보다는 가치를 중심에 둔 CSV(Creating Shared Value)가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는데요. 따라서 기업에서는 돈을 뿌리는 사회 공헌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메시지를 확산시킬 방법을 강구해야겠습니다.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캠페인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이상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서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겠다는 경각심이 듭니다. 소비자보다 한 발 앞서간 통찰력과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자가 디지털 시대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마케팅 서적이지만 우리 일상을 점령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 디지털 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예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적정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아우르고 있는 만큼 누가 보셔도 좋은 공부가 될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