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뉴스/광고/홍보 이야기

SNS 세대의 감성에 호소한 기아자동차 K 시리즈 광고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16. 12:51

최근 야구를 보다가 눈에 띈 광고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기아자동차 K3 광고였는데요. ‘폰스택게임’이라는 제목의 16초 분량의 광고에는 젊은 남녀가 등장하고, 대사라곤 남자가 여자에게 ‘수빈씨 많이...’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스토리를 즐길 틈 없이 상황이 급하게 전개되지요. (수빈씨 많이... 그리고 뭐?)


그리고 광고 말미에는 ‘자동차를 넘어 컬쳐까지, Design by K3’ 라는 나레이션과 자막이 뜨면서 끝납니다. 광고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16초짜리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궁금해지는 광고는 거의 처음이기도 했고요. 인터넷에 ‘K3 광고’를 검색하면 ‘K3 광고 내용’이 연관 검색어로 뜨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6분 분량의 K3 광고 풀 영상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이 광고의 내용이 이해가 갔죠. 이 광고를 이해하려면 일단 광고 영상의 제목인 ‘폰스택게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폰스택게임은 여러 사람이 테이블 가운데에 핸드폰을 탑처럼 쌓아 두고, 문자가 오거나 전화가 와도 확인하지 말고 참아야 하는 게임입니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대신 옆사람과 한 마디 대화라도 더 하자는 취지의 게임이지요. 폰스택게임은 요즘처럼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있느라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는 현실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수빈씨 많이...(좋아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남자가 ‘수빈씨 많이...’까지만 말하면 꼭 전화벨이 울리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카페에서 말하려고 했더니 남자의 전화벨이 울려서 고백할 타이밍을 놓치고, 공원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차 안으로 와서 이번에는 꼭 고백해야지! 라고 마음먹었는데 어김없이 차 안에서도 남자의 전화벨이 울립니다. 


하필 고백하려 하는 타이밍에 전화벨이 울려 난감해하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남자의 스마트폰 위에 올려서 폰스택게임 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립니다. 전화 받지 말고 이젠 좋아한다고 말하라는 의미죠. 그러고 둘 사이는 핑크빛으로 물들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렇듯 요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것보다는, 공감되는 스토리를 브랜드에 적절히 녹여낸 감성적인 광고가 트렌드인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아자동차는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폰스택게임’을 광고의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닐까요? ‘자동차를 넘어 컬쳐까지’ 라는 광고 카피가 20대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고자 하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또한 광고에는 K3 자동차의 장점이나, 우수성 따위를 강조하기는커녕 자동차의 실루엣조차 제대로 비추고 있지 않은데요. 제품을 팔고자 하는 마케팅 의도를 철저히 배제한 채, 마케팅 타깃인 젊은 층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K3 뿐 아니라 K5, K7에 이르는 ‘K 시리즈’의 광고를 몇 분 분량의 스토리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아트 디렉터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으로 광고를 제작했다는 점도 K 시리즈 광고에서 돋보이는 점입니다. 특색 있는 콘텐츠 제작자들과 함께한 만큼 스토리 소재도 ‘페어 트래블(공정여행) ‘소셜 다이닝’ 등으로 핫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TV 시청보다는 SNS에 더 익숙한 타깃층을 통한 바이럴 효과를 노린 의도가 엿보이네요. ^^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유튜브용으로 제작한 광고 영상을 그대로 편집해서 TV 영상으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짧은 편집에도 광고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K 시리즈의 광고 메시지를 이해하기에 15초라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았으니까요. 


하여간 SNS 세대의 트렌디한 문화를 반영하여 영상미와 보는 재미가 있는 광고를 만들려고 한 시도만큼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자동차의 스펙을 구구절절 나열하는 대신, '광고 같지 않은 광고'를 지향하며 단순한 제품 선전이나 홍보가 아닌 하나의 '캠페인'을 만들고자 했던 움직임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K시리즈는 브랜드를 넘어 '컬쳐 리더'가 되고자 하는 기아자동차의 욕심을 보여준 광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