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서평

산업사회의 환상,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Mash UP 2019. 8. 23. 09:41

강화도의 외딴 책방에서 북스테이 둘째날 읽었던 책입니다.  제목에서 무게감이 있어서 사실 완독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는데요.  흥미로운 지적과 통찰에 단숨에 읽게 되었습니다.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 능력을 빼앗아 간 산업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담긴 책입니다.  부제가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있는 실업을 할 권리'입니다.  

 PR회사에서 자본주의, 산업 시스템을 비판하는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려니 약간 조심스러워집니다.   8월 한여름 열심히 달려온 지금까지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과연 우리가 잃고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냥 성찰해 보는 차원에서 읽어보면 마음과 정신이 건강해 지는 그런 책인듯 싶습니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제목이 참 인간적이다 그런 생각이었는데요.  우리 스스로는 남과 비교해서 항상 부족하고 열등하다는 그런 무언의 자괴감에 빠질때가 많은데요.  사회적 성공, 연봉, 인간 관계조차도 상대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 책 에서는 그런 역할을 '전문가 집단'이 자행한다고 하는데요. 그런 대목들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당연시되어왔던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 돌이켜볼 수 있게 합니다.

50년 전에는 사람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이 얼굴을 맞대고 직접 건네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이미지, 생각, 감정과 견해는 미디어를 통해 가공되고 포장되어 밤낮없이 우리의 감각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오히려 한 사람에게 직접 다가가 말을 건네는 경우가 드물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다음의 세 가지 핵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  날마다 무더기로 상품을 쏟아내어 사용 가치의 자율적 창조를 마비시키는 상품, 시장 의존 사회의 특징을 묘사

2.  이 시장 의존사회에서 필요를 만들어 내며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숨겨진 역할을 파헤치기 

3.  진실을 감추는 환상을 벗겨낸 다음, 시장 의존을 영구화하는 전문가 권력을 허물어낼 전략을 제안


가난한 사람은 무언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가난의 현대화'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뜻은 '상품이 확산하면서 어김없이 발생하는 부정가치의 형태로, 강제로 구매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풍요에 사람들이 중독되고 그것이 문화 속으로 한번 배어들면 '가난의 현대화'가 생겨나는데요.  사치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수의 부자를 제외하고 현대화된 가난은 모두가 겪어야하는 가난이며,  멋진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에 얽매이고, 노동의 댓가로 얻어지는 '재화'로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구매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평균 적 소비자 평균 100 개의 광고를 접촉한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슈퍼에는 매년 약 1500 종의 신상품의 출시되며, 그중 1년 이상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은 20% 미만입니다. 

"역사상 최초로 인간에게 필요가 상품과 같은 말이 되었다. "
가고 싶은 곳이 어디든 대부분 걸어서 가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제약을 느낄 때는 주로 자유가 구속받을 때였습니다. 지금처럼 어딜 가더라도 교통수단에 의지하는 시대에는 자유가 아니라 승객의 권리를 요구합니다.

 

 부자들은 상품 속에 든 '필요'에 중독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필요가 만든 '환상'에 마비된다. 

필요는 또한 소비자가 만들어지는 배양세포를 가져다가 광고라는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필요를 무시하거나 확산하지 못하는 인간은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인간이 된다고 필자는 이야기합니다.  이 시대에 모범 시민이라는 필요을 부정하지 않고, 다른 대안도 일치감치 접은 후 '표준화된 필요만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몸에 열이 있다고 해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아주 부자이거나 건강 염려증에 걸린 사람 즉 주로 소수의 상류층이었다고 합니다.  나이가 한살 먹어갈때마다 종합건강검진을 받게 되면 갖가지 병명을 접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병은 초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지만요. 좀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거대한 의료 시스템 가운데 놓여진 마케팅 대상의 '환자'가 된 느낌이 들때도 있지 않나요? 지금은 환자가 소수가 아닌 시대입니다. 거대한 의료 시스템하에 과잉 진료, 광의 의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의 환상? 

이에 대해서 필자는 전문가들의 지배로 인간이 무력해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 많은 전문직 사제단이 공공의 문제를 특수한 서비스 문제로 정의하겠다며 저마다 법적 권한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1965년 이후 미국에서만 환자 스스로 병을 고치는 방법에 관한 책이 2,700 여 종이나 쏟아졌다.  그런 책을 읽으면 의사는 정말 필요할 때만 만나면 된다.   어떤 책에서는 적합한 훈련과 시험을 통과해 자가치료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아스피린을 구매할 권리와 아이에게 복용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자고 제안했다.   또 어떤 책에서는 치료 전문가가 된 환자에게는 병원비와 의료 보혐료에 특혜를 주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가내 출산 자격증이 없는 여성은 병원 밖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자격증 있는 산모가 그들을 불법 의료 행위로 고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조금씩 언급되는 대안들이 있습니다 .  이를테면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것인데요. “사회적 상품”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주당 노동시간을 20시간을 줄이자는? 획기적인 주장이 나옵니다. 

현대사회의 끊임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생산 시스템에서는 '부자'도 '가난한 자'도 모두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는 공감이 많이 됩니다.  급진적인 주장이 많지만 한번 쯤 읽어보기를 권하는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