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하지 않는 힘 ! 설득 커뮤니케이션 엿보기
설득은 채워가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비워가는 과정이다
얼마 전에 "거절당하지 않는 힘" 이라는 책을 통해 설득에 대한 역발상? 노하우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았습니다.
책에 대해서 잠깐 몇 줄 소개드리면,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설득의 심리학'의 후속편 같기도 한데요, 좀더 파고드는 예리함이 광고, 홍보, 마케팅 실무에 있는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저자인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님의 설득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론은 물론 소비자, 고객과 맞닥뜨리는 접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가 매우 유익합니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 다양한 것을 채워넣는 설득의 심리학 패러다임보다는 상대방의 저항을 줄이거나 비워내는 거절의 심리학 패러다임으로 이동해보자는 필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거절당하지 않는 힘이란 그 만큼을 내공을 쌓아서 설득에 성공시키는 힘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설득에 대해서 나타나는 거절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반발 (reactance)
가장 강력한 형태의 저항으로 상대방의 반발이 외부적으로 표출된 상태입니다. 반발은 설득 시도 자체에 대한 저항이며, 즉 자신의 선택 자유를 위협하고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는 모든 외부적 영향력 자체에 대한 피설득자의 노골적인 저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둘째 의심(skepticism)
중간 수준의 저항단계인데요. '반발'이 설득과정 자체에 대한 총체적인 저항을 의미한다면 '의심'은 자신을 설득하려는 설득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자 특정 설득내용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셋째 현상유지(inertia)
가장 낮은 수준의 저항인데요. 무관심한 반응을 보입니다. 현상유지는 변화를 거부하는 인간 심리에 기초하는데요. 이러한 형태의 저항은 겉으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발견하기 어려운 저항입니다.
거절당하지 않는 임 어떻게 반발, 의심, 무관심을 극복할 수 있을까?
1. 가장 강한 반발, 거세게 반발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법
상대방의 거센 저항의 예상될 때, 거절의 유형 중 가장 센 '반발'의 형태에 대응하는 전략은 일단은 상대방의 저항을 누그러뜨리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라는 것인데요. 상대방을 자리에 앉게 만들고, 커피를 대접하고, 거세게 저항하는 상대방과 맞설때는 일단 그 사람의 저항을 인정하는데에서 출발하라는 조언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또한 상대방의 저항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는 역심리학 전략이 재미있는데요. 그 중 한 가지가 '자존심 긁기' 전략입니다. 자존심이 센사람은 자존심을 건드리면 이를 지키려는 동기가 부여되 설득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농심의 신라면 중국광고가 이 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인데요. 광고는 중국에서 마초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모델로 내세워 다소 고통스러워 보일 정도로 매워하는 모습을 보여준 다음 '매운 라면을 먹을 수 없다면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끝을 맺었는데요. 이는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고서는 사나이가 아니다’는 마오쩌둥 (毛澤東)의 어록을 패러디한 광고였다고 합니다.
매운 라면이 생소하던 중국 라면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농심이 실시한 신라면광고는 자존심 긁기 기법을 잘 활용하고, 마케팅을 현지화한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지 20년이 지난 농심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2018년 기준 상반기 매출은 1억 3000만 달러(약 1466억원)를 올렸고 연말까지 2억 8000만 달러(약 3158억원)에 달했습니다.
또한 자존심 긁기 기법의 두번째 유형은 상대방이 우리를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집단 소속 동기를 공격해 품위를 손상시키는 사례입니다. 수년 전 롯데 백화점에 진출한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엠마누엘 응가로는 자존심 긁기 기법 사용해 광고했습니다. 원피스 한 벌 값이 보통 사람의 한 달 치 월급을 상회해,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고, 그것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부유층으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엠마누엘 옹가로는 이 점을 강조해 ‘상류사회의 자존심’이라는 콘셉트로 마케팅 시작, “상류사회의 감각을 지닌 분만 사용해 주십시오" 라는 광고 카피는 소비자들의 집단 소속감 인정 동기를 확실하게 건드렸습니다.
뒷 이야기로 엠마누엘 엥가로의 과욕이 화를 불러 일으키게 된 경우를 덧붙입니다. 애초의 광고 컨셉과 달리 엠마누엘 엥가로측이 광고 타깃을 확대해 지하철에 광고를 집행한 것이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되어 광고 중단 요청까지 이르게 되었는데요. 상류사회의 자존심 광고는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에게 인정에 대한 체면 유지 동기 보다 훨씬 더 휘발성이 높은 ‘분노’라는 감정 일으켜서 결국 광고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자존심은 적당히 긁는 수준에서 끝나야지 밟으면 사람들이 크게 분노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자존심 긁기 전략 외에도 반발이 거센 저항에 설득 방법으로 몇 가지 아래에 더 정리해봅니다.
-사지 않아도 좋으니 구경이나 하세요
최초의 요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 문전걸치기 전략 foot –in-the –door technique
-동전 한 푼이라도 도와주세요
even –a penny-will- help technique 역시 최초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팀에 의하면 이 전략을 사용하면 평상시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 한번에 하나씩 요구하기
자신의 요구를 작은 단계로 세분화해 한 번에 하나씩 요구하는 것. 우리의 뇌는 덩어리가 크면 일단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목표를 단계별로 나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방과 만나 협상 제안을 논의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하루 중 언제일까요? 거절의 심리학 연구는 상대방을 설득하기에 최적의 시간은 밤이라고 말한다. 설득에 대한 저항도 인지적 활동에 의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소모되어 저항이 힘든 '밤'이 설득애 가장 약해지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원리로 백화점은 명절 연휴 마지막날 특별 기획전을 열어서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은 주부 고객들의 스스로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아무런 저항없이 지갑을 열도록 하고 있습니다.
2. 중간 단계, 의심많은 고객을 설득하는 법
중간 수준의 저항을 하는 고객은 특정 설득내용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특정 설득 내용과 관련해 미심쩍어하거나 정보원을 신뢰하지 못해서 저항할 경우입니다. 그에 대응하는 거절당하지 않은 설득전략으로 필자는 '오메가 설득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오메가 전략은 상대방에게서 예상할 수 있는 저항을 낮춤으로써 설득에 이르게 하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 다음의 두 가지 전략으로 '양면적 메세지전략'과 '리프레이밍'을 소개해드립니다.
정공법을 통한 양면적 메세지 사용
반론제기로 의심에 맞대응하는 전략은 저항의 핵심을 찾아낸 뒤 그에 대응하는 논리를 펼치는 것인데요. 양면적 메시지 사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일면적 메시지를 먼저 이야기하면, 특정 입장에 우호적인 주장만 제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과 관련된 어떤 부정적인 문제점을 언급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이전의 대부분의 광고 카피를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세상의 나쁜 것들로 부터건강하게 지켜주고 싶어서
99.9% 살균청소
마음청소 유한락스
2013년도에 집행된 유한락스 광고인데요.
이 광고를 양면적 메시지로 구성한다면, 아래와같습니다.
유한락스의 진실, 유한락스의 냄새는 살균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생활에 안심을 더하다 유한락스.
이처럼 양면적 메시지는 자신의 입장에 우호적 주장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입장도 언급하는 메시지입니다.
러시앤캐쉬와 하인즈 케첩 광고 예시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A: 거기 이자 비싸지 않어?
B: 버스랑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는 거지.
A: 조금 비싼 대신에 편하고 안심되는 거?
B: "좋은 서비스란 그런거 아닐까?
러시앤캐쉬 광고에서는 거기 이자 비싸지 않어?라고 단점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자사의 높은 이자율 문제점을 마저 제시한 이후 편리한 서비스라는 반론 역공격하고 있네요.
아직도 저희 제품은 동네에서 가장 느린 케첩입니다.
그 이유는 저희 제품이 가장 실속있고 걸쭉한 내용물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좋은 제품은 기다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인즈 케첩의 광고 문구인데요. 외국 광고에서는 양면 메세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사의 제품이 병에서 천천히 나오는 약점을 고스란히 인정하는데요. 양면적 메시지를 통한 정공법의 힘을 잘 보여주는 광고입니다.
양면적 메시지는 충분히 논박하지 못하면 설득효과가 약화, 오히려 굵어 부스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정교한 메세지를 고안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겠습니다.
리프레이밍을 통해 상황을 재구성하라
동일한 상황에서도 리프레이밍을 통해 관점을 전환하면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변하게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의 맥주 사례로 리프레이밍의 효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한참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동일한 이름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는 브랜드로, 멕시코 대표 맥주 '코로나(Corona)' 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침묵을 깨고 바이러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는데요. 해당 브랜드 입장에서는 정말 난처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멕시코 맥주 코로나가 1980년대 말에 미국에 처음 소개 되엇을때 , 미국 맥주 업계는 이를 공격하기 위해 코로나 맥주의 병에 담겨진 맥주의 양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공격했습니다 버드와이저는 코로나가 "맥주의 양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이에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을 코로나는 재치있게 리프레이밍했습니다.
'게으름', '나태함', '무절제' 등 멕스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결되는 프레임을 차단하고, 맥주의 양이 각각 다른 것은 멕시코 특유의 여유와 낭만의 결과로 멕시코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여유가 있다'는 프레임을 시도했습니다. '게으름'이라는 프레임 대신에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여유'로 성공적으로 리프레이밍해 성공한 코로나 맥주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 맥주로서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도의 설득 심리 이론이 녹아든 하나투어 광고 사례를 올립니다.
여행은 언제나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여기에서는 앞서 살펴본 자존심 긁기 전략과 방금 전에 설명한 리프레이밍 이론 두 가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유명한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말을 인용한 것이기도 한데요. 여행을 못 가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접근을 거부하고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리프레이밍하여 소비자의 저항을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용기 없음을 감히 지적해서 일종의 자존심 긁기 기법도 사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한다고 설득하는 것입니다. 상황에 대한 리프레밍이 성공한다면 "용기는 여행박람회로부터 시작된다"는 마지막 광고의 카피를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저항 단계인 무관심한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상대방의 저항은 그리 크지 않지만 무대응으로 거절하는 경우, 설득 시도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통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항의 본질은 '현상유지'에 있다고 그것만 알아도 힌트는 하나 얻을 수 있겠지요?
※ 참고문헌
중국 울리는 농심 신라면(중앙일보 2018-10-17)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침묵 깬 코로나… "맥주와 아무 관계 없습니다"(브랜드브리프 2020-2-3)
『거절 당하지 않는 힘』 , 이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