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기전에 읽어볼만한 책! 일하는 사람의 생각
왠지 연말이면 그 유명한 트렌드코리아 같은 거시적인 변화를 짚어주는 그런 책을 꼭 보아야할 것 같은 압박이 있는데요. 12월 연말에 나름 흥미롭게 읽을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좋은 책의 요건은 단숨에 쭉 읽혀지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읽기'에 매우 몰입하기 좋은 책입니다. 인터뷰 처럼 3명의 전문가의 대담형식으로 책이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그 유명한 광고 카피를 쓴 박웅현 광고전문가, 현대카드 디자인, SK텔레콤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진행한 디자인 전문가 오영식, 그리고 미술전공자이자 기자 출신인 김신 작가의 대화가 책 한권에 담겨 있습니다. 광고, 브랜딩, 홍보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이라면 구절구절이 매우 공감이 가는 책이고, 일반 직장인들도 회사의 일을 접근하는 시각에 대해서 좀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 8회 대담을 진행하고 이를 챕터별로 정리해서 눈과 귀에 쏙쏙들어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인터뷰 현장에 같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브랜딩, 광고, 디자인의 접점, 영감에 대해서, 예술과 비지니스 사이, 창작이라는 일, 직장생활 등 흥미로운 담론 주제를 두고 3명의 전문가가 모여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top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일하는 태도, 습관도 엿볼 수 있는데요. 박웅현 광고 전문가는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베여 있다고 합니다. 좋은 글귀를 보면 메모하고, 책을 읽으면서도 좋은 구절을 기록해둔다고 하네요. 오영식씨는 오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디자인 작업을 할때는 댄스음악을 듣는다고 합니다.
심미적인 것이 중요한 이유는
아름다움이란 느낌의 언어이고
정보는 많고 시간은 없는 사회에서는
정보보다는 느낌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 마티 뉴마이어, 미국 브랜드전문가
책을 덮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 단락과 문장을 정리해봅니다.
디자인은 일종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 오영식
아이디어 발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풀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합니다. 뭘 해야 하는지, 누구한테 해야하는지, 왜 하는지를 쭉 분석해야한다고 합니다. 디자인도 일종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으로 발상을 할때 논리적,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예쁘다, 안 예쁘다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광고나 브랜딩을 하다보면, 뭔가 겉멋에 들거나 말장난의 함정에 빠지게 쉬운데요. 어떤 광고카피나 디자인이 나왔을 때 왜 그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 - 박웅현
일상 생활에서 소재찾기인데요. 광고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야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기 보다 사람들 속에 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예술은 표현이고 디자인은 배려다. 정보를 디자인하는 게 배려다 - 박웅현
아 정말 멋진! 말입니다. 한 열번은 곱씹어보았네요. 예술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표현하면서 세상의 관습에 저항할 수도 있지만, 디자인은 시장과 고객을 위한 '상품'이 되어야지 '작품'을 만들면 안되다는 포인트입니다. 광고도 마찬가지로 정보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웅현 : 좋은 걸 만들면 대중이 알아요. 그래서 '상품을 만들어야지 작품을 만들지 말라' 정말 훌륭하면 작품 같은 상품이 나오는 거라고요.
>김신: 상품과 작품의 차이는 배려와 표현의 차이다. 사용자에 대한 들어간 게 광고와 디자인이고, 개인의 표현력을 더 중요시한 것이 작품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명사이고, 디자인은 명사이면서도 동사다.
예술은 생산품이고 디자인은 과정이다.
디자인은 모든 예술의 기초다.- 폴랜드, 미국 그래픽 디자이너
교과서나 드라마나 영화는 사람들이 주목을 해서 보지만, 광고는 보통 나사를 다 풀고 본다.
뼈만 딱 추려서 가장 듣기 쉽게, 잘 들리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 박웅현
직장에서의 시간 리추얼 ?
뛰어난 성취는 단기간의 노력이 아니라 일상의 아주 작은 실천들이 축적된 결과라고 필자 김신은 말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매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행하는 일이 중요하며, 이를 ‘리추얼’ ritual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에도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참으로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최고의 콘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거나 때로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아지트에서 충분한 휴식과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영감,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이 축적하고 보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는 말을 남겼는데요. 김신 필자의 말처럼, 많이 알수록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살아가면서 어떤 경험을 해왔고, 어떤 감동을 받아왔고, 어떤 지식을 쌓았느냐가 영감의 원천이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클라이언트 챕터는 오랜시간의 고민하던 포인트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해줍니다. '클라이언트는 자연과 같다' 박웅현은 세상에는 좋은 클라이언트와 나쁜 클라이언트가 있다기 보다는 다양한 클라이언트가 있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줍니다. 클라이언트를 하나의 자연이라고 보는 태도를 가지라. 자연은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해롭다거나 이득이 된다거나 하는 그런 가치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존재라는 것인데요. 어쨌든 그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고, 잘 대처한다면 자연이 그렇듯 클라이언트도 고마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지 문제를 새롭게 규명하고, 창의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열망과 습관을 계속 키워나간다면 새로운 기회가 또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