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광고로 엿보는, 광고카피 전략
대한민국을 새롭게 이끌어나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몇일 남지 않았습니다.
네거티브 선거 공방이 치열한 요즈음 피로감이 쌓여가기도 합니다. 그 동안에 선거가 있을때 마다 어떤 광고를 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정철이 쓴 <카피책> (부제: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라는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카피책>은 사람 냄새나는 광고를 만든 카피라이터가 쓴 책입니다. 아! 이런 광고 카피가 있었어? 무릎을 딱치게 만드는 광고 몇편을 통해 광고 카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숨어있는 전략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치광고로 엿보는, 광고카피 전략
땀에는 빨간색 파란색이 없습니다
강원도 지사 후보 최문순의 광고 카피입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거리는 보수당 빨간색, 진보당의 파란색이 뒤덮입니다. 유권자가 어떤 색에 투표할지 정한 후 투표를 하는 정당투표로 가면 정당 지지율이 상대 후보에게 떨어지면 질 수 밖에 없는데요. 강원도에 필요한 도지사는 여야를 떠나 일 잘하는 사람, 정직한 땀을 흘려왔고 또 흘릴 사람이라는 강조하는 전략이지요. 여기서는 묻지마 투표에 제동을 걸기 위해 [땀]이라는 단어를 최문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단어 하나를 내것으로 만들어라> 선점 전략
집착은 부정적인 단어이지만, 마케팅에서는 집착이라는 단어가 꽤 기특한 단어로 대접 받게 됩니다. 집착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는 SK광고입니다. SK는 고객 OK할 때까지, 고객 만족, 고객 행복, 고객 감동.. 고객의 단어를 선점해버렸었지요.
아래는 최문순 광고의 TV광고 버전입니다.
당신은 빨간색입니까?
아니면 파란색입니까?
선거 때면 거리는 온통 빨간색 파란색
하지만 땀엔 색깔이 없습니다.
지난 3년 최문순은
강원도 구석구석을 땀으로 적셨습니다.
여당 야당이 아니라 땀에 투표해 주십시오.
6월 4일, 당신의 꿈과 최문순의 땀이 만납니다.
오직 강원!
기호 2번 최문순입니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 스승의 날 기억해야 할 게 많은 달입니다. 노무현재단에서 진행한 광고입니다.
카피를 접하는 순간 가슴이 묵직해집니다. 여기에 사용된 광고전략은 <무엇이라고 딱 잘라 말하라>단정내리기입니다.
딱 잘라 말함으로써 분명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고, 권위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에 많은 사람들이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조용히 1주기를 기다리고 있을때 나온 슬로건입니다. 울분을 드러낸 슬로건, 슬픔을 안아주는 슬로건, 아픔을 공유하는 슬로건에 대한 해답으로 결국 단정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
투표가 대통령을 이긴다는 뜻입니다. ‘내가 투표한다고 달라질까'하는 생각을 야단치는 광고 카피입니다. 단정입니다. 이 광고의 서브 카피는 '6월 2일 이날 하루만은 당신이 대통령보다 힘이 셉니다’ 입니다.
인기없는 민주당을 대신해 국민이 싸워달라는 호소를 담았지만 표현은 단정을 지었네요. 필자는 정치 광고는 힘이 느껴져야한다고 말합니다. 희망이 만져지는 광고입니다.
여섯 명의 장관을 경기도에 바칩니다
경기도지사 선거, '진념'이라는 후보를 위한 광고카피입니다. 대표적인 대한민국 경제통이였습니다. 재정경제부, 동력자원부, 기획에산처 등 경제부처 장관직만 무려 여섯 곳을 두루 거친 후보였습니다. 이 사람을 도지사로 뽑이면 경기도가 장관 여섯 명을 한꺼번에 얻는 셈이라는 뜻입니다. 글자로 그림을 그려라 > 구체성으로 어필하는 전략입니다.
사람특별시
경제특별시가 아니고, 교육 특별시도 아닌 ‘사람특별시’서울입니다. 특별시 앞에 경제나 교육, 문화를 붙이면 크게 낯선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사람과 특별시를 조합하면 느낌이 다릅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쓴 '한명숙'후보 슬로건입니다. 의미는 겉치레 개발 대신 사람을 위한 복지에 돈을 쓰겠다는 약속입니다. 한명숙 후보는 안타깝게 낙선했지만. 광고 슬로건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낯설게, 불편하게 조합하기 전략입니다.
익숙함과 편안함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익숙한 조합은 말이 진부하고 글에 임팩트가 없습니다. 익숙함의 장점은 편안하지만 눈을 끌 수가 없습니다. 어딘가 불편해야 눈이 모입니다. 예를 들어 '아름다움과 바퀴벌레', '아름다운과 핵무기'의 조합은 매우 불편하지요.
“이순신이 출마합니다”
사실 이순신과 출마는 어울릴 수 없는 조합입니다. 짜증과 함께 호기심과 흥미도 살짝 생기는 카피인데요. 지난 2021년 18대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의 광고 카피입니다. TV 광고 [역사]편 카피 첫 줄이고 전체 카피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순신이 출마합니다.
김구가 출마합니다
안중근이 출마합니다
유관순이 출마합니다
윤동주가 출마합니다
장준하가 출마합니다
전태일이 출마합니다
이한열이 출마합니다
미선이 효순이가 출마합니다
김근태가 출마합니다
나라가 정의로우려면 역사가 바로 서야 합니다
친일 반민주 세력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됩니다.
문재인의 이름으로 당신도 출마해주십시오
잘못된 정권의 연장을 막아주십시오
암기하라, 이재정!
필자는 이 책에서 '정치광고'는 사람이 제품이라고 말합니다. 매장은 여의도에 있고 4년에 한 번씩 출고되고, 그다지 신선한 제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전부가 하자투성이는 아닙니다. 잘 고르면 꽤 괜찮은 제품도 있습니다. 사람이 제품이니 그 사람 이름이 곧 브랜드네임입니다.
후보의 이름을 광고 카피에 넣어라
2014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재정 후보, 통일부장관까지 지냈지만 인지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정당 후보도 아니고, 또 특정기호를 배정받지도 않았습니다. '암기하라 이재정'은 가장 노골적인 헤드라인입니다. 이 광고카피를 카톡으로 대화하는 크리에이티브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네임을 알리는데 다 걸었네요.
너, 이재정 아니?
몰라 .
경기도 살잖아?
살아.
근데 교육감 후보를 몰라?
몰라.
민주진영 단일후보인데!
아, 그 사람이 이재정이야?
성공회대 총장이었지.
아, 그서람이 이재정이야?
노무현 정부 땐 통일부 장관이었어.
아, 그 사람이 이재정이야?
찍을거야?
당근 찍어야지.
후보 이름이 뭐라고
외웠어, 이재정!
어떻게 외웠는데?
영화배우 이정재랑 닮은이름!
투표
TWO표, 두 장의 표라는 뜻입니다. 예쁜 놈 당선시키려고 찍을 수도 있지만, 미운 놈 떨어뜨리려고 찍을 수도 있습니다 예쁜 놈 없다고 기권하지 마십시오, 기권의 반대말을 기적입니다.
투표 참여 캠페인 광고입니다. 투표가 영어, 한글 합성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어차피 결과가 뻔한 선거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카피입니다. 말과 글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전략입니다.
이상으로 정치 광고로 살펴본 광고 카피 전략이였습니다. 대선 선거일이 몇일 남지 않았습니다. 두 장의 표를 꼭 행사하기기를 바라며, 끝까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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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카피책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