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시각장애인을 지원하는 뷰티 브랜드 '록시땅'
찬바람 불면 피부가 거칠어지기 쉬운데요. 오늘은 핸드크림으로 유명한 뷰티 브랜드가 떠올라서 소개를 드려봅니다.
시어버터 핸드크림으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록시땅’ L’ OCCITANE’ 은 자연주의 브랜드로 프랑스 남부 지방의 옛 명칭인 ‘옥시따니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Occitania는 '옥시따니아'에서 온 여자라는 뜻으로 브랜드의 풀 네임은 정관사가 붙은 L’ Occitane en Provence 록시탄 앙 프로방스 입니다.
1976년 올리비에 보송이 창업한 회사인 록시땅은 ESG 사회공헌의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ESG는 E는 환경 (Environment ), S는 사회 (Social), G는 지배구조 (Government) 의 약자로 기업의 목적이 이익에만 있지 않고 목적과 함께 가야하며 환경과 지역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록시땅의 처음 출발은 마르세유의 조그마한 비누 공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록시땅’이라고 하면, 그 의미가 전달되기 어려운데요. 대신에 뒤에 붙은 프로방스가 네이밍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은 대대로 눈부신 태양, 값진 토양, 평온함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많은 화가들이 프로방스를 사랑했고 대표적으로 고흐, 세잔이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명작을 남겼지요. 창업자 보송도 프로방스를 사랑하는 일인으로 브랜드 네이밍을 록시땅으로 지었습니다.
프로방스 지역의 눈부신 태양과 값진 토양,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산물들을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었습니다 . - 올리비에 보송
록시땅은 옥시따니아 지역의 자연을 나누고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원재료 뿐 아니라 포장지, 매장 인테리어 등 모든 분야에 철저한 자연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실 록시땅의 원재료는 '프로방스'가 아닌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가져왔습니다. 나이지리아 근처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 '부르키나파소'는이탈리아 만한 면적에 인구 1800만 명 정도가 되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아프리카 나라의 특성상 뜨겁고 모래 바람이 많이 불어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는데요. 이곳 여성들은 자신은 물론 아이들을 위해서 시어버터를 바르고 있었습니다. 시어버터는 시어 나무 열매에서 생산되는 되는데 생긴 모양새가 버터와 닮아서 ‘시어버터’라고 불리게 됩니다. 모래바람으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사용하던 비책을 우연히 이 나라를 여행하던 '보송'이 제품 개발 아이디어로 착안해 핸드크림을 만들게 됩니다. 이 제품 덕분에 록시땅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죠.
지금은 면세점에서 구할 수 있는 록시땅의 핸드크림은 아프리카의 ‘부루키나파소’에서 출발한 제품입니다. 창업자 올리비에 보송은 제품 자체의 스토리를 만들고 제품 개발에 혼신을 다했지만 경영성과로 이를 연결시키는데는 부족했습니다. 위기에 빠진 록시땅을 구할 새로운 CEO로 '레이놀드 가이거'가 취임하면서 록시땅은 한 단계 도약하게 됩니다.
자연주의 화장품 개발에 평생을 바친 창업자 '보송'이 제품 개발을 맡고, 철저한 시장 분석을 중시하는 ‘가이거’가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록시땅을 환상적인 콤비를 이루게 됩니다. 2020년 기준 록시땅의 매출은 16억 4000만 유로에 달하게 됩니다. 둘 사이에 시어버터 핸드크림을 놓고 갈등이 있었는데, 가장 큰 이슈는 원료 생산지였습니다. 록시땅의 원료가 프랑스가 아니고 ‘부루키나파소’인 것이 문제였습니다.
가이거는 "프로방스가 아닌 곳에서 생산된 원료는 록시땅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고 강조했지만, 보송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여성이 생산하는 원료를 공정한 가격에 사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것이다”라는 주장을 고집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여성이 생산하는 '시어버터'를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보게 됩니다.
우리 제품은 자연주의를 표방한다.
우리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이라면 사회적 약자와 공정 무역에 관심이 높은 것이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시각장애인을 지원하는 '록시땅 재단'
이후 2006년에는 록시땅 재단을 설립해서 여성의 경제적 해방을 지원하게 됩니다. 록시땅 재단은 부르키나파소의 여성인력을 돕기 위해 3가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째, 문맹률을 낮춤으로써 기본 기술 및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르키나파소의 여성 5명 중 4명이 문맹으로 록시땅은 문맹퇴치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여성의 재정 자립을 돕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매년 원재료 구입 비용을 80퍼센트를 선지불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소규모 기업의 창업을 돕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2003년에는 수확을 담당하는 여성으로 중심으로 유기농 네트워크를 설립해서 이곳 여성들이 생산하는 시어버터에 공정무역 마크를 부여하고 전문적 생산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록시땅 재단에서 좀 색다른 활동이 있는데요. 이는 시각 장애인 지원입니다. 화장품 회사와 시각장애인은 별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데요. 란셋 글로벌 헬스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약 3500만명 정도로 이는 전 세계 인구의 0.5 퍼센트입니다 . 록시땅이 시각장애인에 관심을 갖게된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날 록시땅은 야외에서 임원회의를 열었는데요. 남부 프랑스는 사계절 상관없이 따뜻한 햇볕과 상쾌한 바람이 있는 지역입니다. 이때 마침 시각 장애를 가진 어린아이들이 주변을 지나가다가 록시땅의 향기를 맡고 제품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를 지켜본 창업자 보송은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록시땅 제품을 사용하도록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화장품 회사가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요? 록시땅이 선택한 방법은 제품에 점자를 표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돕기 위한 별도의 대의 상품 cause product를 생산하는 것이지요.1997년부터 용기에 점자 표기를 해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합니다. 그리고 매출의 20퍼센트를 헬렌 켈러가 관여했던 시각 관련 비영리 기관에 기부했습니다.
점자가 표기된 상품은 단지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도 시각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버려진 수도원을 호텔로 개조하여 멋진 스파를 만들다
오늘날 기업과 지역사회의 관계는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라젠드라 시소다이 벤트리대학 교수는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 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SPICE를 강조했는데요. 사회 society, 협력업체 Partner, 투자자 Investor, 고객 Customer, 종업원 Employee 의 머리 글자를 묶은 것입니다. 그는 “맛있는 음식에는 좋은 양념이 필요하듯, 사랑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혜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록시땅은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벤치마킹 대상인데요. 공장이 있는 지역에 박물관을 짓고, 공장 및 박물관 투어 코스를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록시땅 본사 근처에 버려진 수도원을 호텔로 개조하기에 이르릅니다. 수도원을 호텔로 개조해서 멋진 스파를 만들고 아울러 열기구 업체와 제휴해서 록시땅 브랜드의 열기구 관광사업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록시땅은 여행업체와 제휴해서 프로방스 맞춤 여행도 선보입니다. 2011년에는 <판타스틱 프로방스>라는 웹 매거진을 선보여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프로방스에 대한 문화와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프로방스의 먹거리, 호텔, 스파, 문화, 패션, 자연에 대한 기사가 가득한 잡지입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록시땅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록시땅의 수익원천에 대해서 창업자는 록시땅 재단이라고 대답합니다. 재단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록시땅이 재단 활동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만큼 그들의 브랜드 철학과 진정성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록시땅만의 독특한 철학과 가치가 강화되면 그 만큼 경제적인 이윤 창출로 이어진다는 논리입니다. 록시땅은 지역사회, 원료조달국 지원, 시각 장애인 지원을 테마로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록시땅은 사회공헌의 살아있는 교과서로 불리면서, 겉모양만 화려한 ESG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SG 시대에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가 갖춰야 할 원칙으로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의 저자는 ACES 모델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ACES는 각각 적합성 Adaptability , 일관성 Consistency, 효율성 Efficiency, 당위성 Substaniality 를 뜻합니다. 록시땅은 이 중 ESG의 효율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단계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진화하면서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여 환경과 지역사회, 특히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공헌할 수 있는 모범적인 ESG 활동을 보여주는 사례로 록시땅 브랜드 스토리의 마침표를 찍고 글을 마칩니다.
※ 참고문헌
록시땅 홈페이지 : https://kr.loccitane.com/
록시땅 공식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loccitane.korea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 신현암, 전성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