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사전] 디토소비
디토소비 You Choose, I’ll Follow
디토‘Ditto’ 는 '나도'라는 의미로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따라 하는 소비를 ‘디토소비’라고 합니다.
상품, 정보제공, 구매 채널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과잉시대에 수 많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 소비자들은 새로운 소비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정보 탐색, 대안 평가 등 통상적인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나도’ ditto를 외치면서 특정 사람이나 콘텐츠, 커머스를 추종해 구매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구매와 관련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얻더라도 주로 '정보 탐색'의 단계에서 조언을 얻었다면, 디토소비의 의사결정에서는 필요 인식 단계부터 추종이 이뤄지는 것인데요. 예컨대 모자를 사기로 결정한 후 어떤 브랜드가 핫하고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는지 어디서 구매하면 좋을지 이런 것들을 물어보았다면, 디토소비는 모자를 사야겠다는 인식 자체부터 추종하는 것입니다. 디토소비는 과거에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과 달리,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하면서 받아들이는 주체적 추종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트렌드코리아 2024> 책에서는 디토소비를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해서 보고 있습니다.
1. 인물 디토
예전에는 ‘어느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누가 사용하는 제품인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제품이나 브랜드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보다, 이제는 해당 제품이 '준거집단', 즉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
<디팝> Depop 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영국에서 자리 잡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판매 기능에 '셀러'(판매자)의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까지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셀러의 취향을 팔오우 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영국 15~24세 전체 소비자의 3분의 1이 '디팝'에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패션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스타일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상품' 자체보다 상품의 활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패션, 스타일링, 쇼핑 전문 유튜브 채널 ‘옆집언니 최실장’은 패션 사품을 적절하게 코디하고 매치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패션 분야 외에도 약사, 전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IT 전문가 등 모든 분야에서 있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해주는 콘텐츠가 인기가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는 각종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타의사,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 스타일리스트의 전문가를 추종하는 것이지요.
한편으로 사람 중심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기업들도 내부 직원을 전문가로 키우는 ‘임플로이언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CJ직원이 매주 신상 제품을 리뷰해주는 ‘신상왔씨유(씨유튜브)’, 올리브영 8년차 MD가 직원들의 파우치를 엿보는 '훈디의 파우치' 등 내부 직원의 타이틀을 걸고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디토소비의 다른 모습은 일반인의 영향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셀러브리티의 패션이나 메이크업 스타일 정보만을 따로 모아두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랙핑크 제니의 스타일을 모은 ‘jendeukiestyles’ 나 레드벨벳 조이의 스타일 볼수 있는 ‘joysstyles ‘그런 사례입니다. 이 계정들은 소속사에서 공식 계정이 아니라 해외 팬들이 만든 계정입니다. 또한 유명인이 아니라 ‘일반인 디토’도 영향력을 다시 살펴보아야할 때인데요. 일반인이 ‘사람 디토’가 되려면 1만 명 미만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나노 인플루언서’면 충분합니다. 50 만명 이상의 '매크로 인플루언서'보다 전체 도달률은 낮지만, '나노 인플루어선'는 영향력이나 관계성이 훨씬 더 높다고 합니다.
브랜드에서 마케팅 측면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할 경우 브랜드 인지도 확산이 목적이라면 팔로워수가 많은 '매크로' 혹은 '메가 인플루언서'를, 디토소비를 통한 구매전환이 목적이라면, '나노 인플루언서'가 적합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워하고 있는 인플루어선의 구매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 제조, 판매 회사의 내부 직원이나 일반인 전문가가 추천하는 상품도 주저없이 구매 버튼을 누릅니다.
2. 콘텐츠 디토
좋아하는 '웹툰' 주인공의 스타일을 따라해서 옷과 액세서리를 구매하고, 특정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를 여행지로 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실내 활동의 증가했던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본래 콘텐츠의 용도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었다면, 디토 소비자에게 콘텐츠는 소비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 세계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 <유포리아 Euphoria> 로 최고 관전 포인트는 등장인물의 스타일링입니다. 2019년 첫 방영 이후 ‘유포리아 룩’이 패션장르로 굳어졌으며, 2023년 4월 공개된 CNN기사에 따르면 #euphoriaoutfits’에 태그된 동영상이 틱톡에서만 수 천건에 이르고, 각종 SNS를 통해 2,800만 회가 넘게 재생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콘텐츠의 분위기를 따라하는 '콘텐츠 디토'는 인테리어 관련 소비에서도 나타납니다. 복고풍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젊은 세대에 다시 사랑받고 있는 1990년대 홍콩 영화가 대표적입니다. 홍콩 영화의 쓸쓸하면서도 키치한 감성을 추종하는 디토소비자는 빈티지 소품과 가구, 플로럴 패턴, 타일을 이용해 마치 <중경삼림>이나 <화양 연화>의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라이프 스타일 앱 <오늘의 집>에는 영화를 모티브로 꾸민 공간들이 인기 게시물로 올라와있습니다.
또한 콘텐츠 디토가 가장 눈에 띄는 영역은 ‘여행’입니다. 글로벌 예약 플랫폼 익스피디아 Expedia가 2023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영화와 드라마가 소셜미디어를 제치고 여행 목적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로 선정됐습니다. 전 세계 66 % 소비자가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를 여행 목적이로 고려했으며, 이 중 39%는 예약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오징어 게임> 방영이후 한국행 항공권을 검색하는 영국인의 수가 50% 이상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를 추종해 방문하는 것을'세트-제팅 set-jetting’ 이라고 부릅니다.
3. 커머스 디토
사람들이 추종하는 마지막 대상은 유통채널 커머스입니다. 상품을 구매하는 경로인데요. 요즘에는 대형 유통 채널인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온라인, 모바일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졌습니다. 온라인, 모바일 쇼핑에서는 대형 종합쇼핑몰 대신 특정한 카테고리의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문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고유한 취향과 안목으로 특정 제품군을 판매하는 '버티컬 커머스'에서 제안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전문 영역 쇼핑몰을 수직적으로 특화했다는 의미로 ‘버티멀 커머스’ vertical commerce 라고 부르는데요. 편집숍, 셀렉트숍, 취향숍, 큐레이션숍이 이에 해당합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트렌디한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 POV’의 매장에 가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치르는 자신만의 작은 의식이 있나요? ” 이 매장의 문구에는 여러 관점을 경험할 수 있으며, 문구점에 단순히 구경 온 소비자를 단번에 글을 쓰는 창작자로 만들어줍니다. 지우개와 연필을 사면서 ‘이야기를 가공하는 원초적 도구’를 구매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지요. 디토소비자는 포인트 오뷰가 제안하는 창작자의 관점을 따라가며 문구에 담긴 해석과 감성을 구매하게 되며, 이런 것들이 디토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 숙소 예약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에서는 소비자에게 쉼표여행지라는 타이틀을 줍니다. 감성 숙소 플랫폼에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숙소에서의 경험을 큐레이션해줍니다. “옛 감성을 재현한 정원을 바라보며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보세요“
방2개, 욕식 1개, 이런 정보 위주가 아니라 숙소에서의 경험할 수 있는 정서를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숙소가 여행의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지가 되는 것이지요.
디토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상품의 종류와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는데 품질은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선택의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 FOBO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포보는 Fear Of Better Options 는 자신의 선택 외에 더 좋은 옵션이 있을 것을 우려해 결정을 연기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현대 소비자가 실제 구매 직면하는 선택지는 수천개가 넘어갑니다. 예를 들어 운동화 하나를 구매하려고 포탈에서 검색하면 순식간에 수 천개의 상품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이 중요해지고 효율을 중시하는 ‘분초사회’에서 역설적으로 소비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상품을 구매할 때도 과거에 품질과 가격이 구매를 결정지었다면, 요즘에는 제품의 감성과 의미까지 고려해야합니다. 동물 복지나 정치적 성향까지 개인의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체크하는 것이지요. 더구나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진 시점에서 제조사나 브랜드를 따지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콘텐츠, 커머스를 추종하는 것이 더욱 만족할 만한 의사결정이 된 것입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한 미국 소비자는 2020년 33% 에서 2022년 46%로 무려 13% 나 증가했습니다. 브랜드 충성도 뿐만 아니라 유통 채널에 대한 충성도도 역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브랜드 보다 자신의 상황이나 취향 등 개인적 요인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
향후 디토소비는 브랜딩, 유통전략에도 큰 변화를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제품력만으로 승부하는 데에서 나아가 자사의 철학, 관점, 취향을 담은 ‘시그니처’ 상품이나 브랜딩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에서 이를 반영해서 우리 브랜드마의 확고한 철학을 구현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 참고문헌
<트렌드코리아 2024> , 김난도, 전미영 외 9명
[오피니언 기고] 소비자의 ‘디토(Ditto)’를 얻어내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섬유신문 202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