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신들이 주목하고 있는 현상 중 하나가 대한민국의 먹방이라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정말로 오로지 ‘먹는 행위’에 꽂힌 걸까요? 먹방이 아니더라도 요즘 왠만한 프로그램의 세트 배경이 식당 분위기입니다. ^^
MBC 일요일 오전 7에 방송되는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는 서민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해장국집입니다. 특이한 조합^
일례로 지난 주말 공중파, 종편을 다 돌려보아도 완전 쉐프들의 행진이였습니다.
외식 사업가 백종원씨는 tvN’집밥 백선생’에서 일반인이 따라하기 쉬운 요리비법을 과감없이 공개하는가 하면,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에서는 직접 PD겸 연기자가 되어 요리를 소재로 걸걸한 입담과 구수한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가 전형적인 방송인이 아니라 외식 사업가라는 점이 놀랍기만 한데요. SBS 스타킹에도 등장하여 시청률이 8.2%로 튀는 백종원 효과를 톡톡보았습니다.
먹방 돌풍의 주연 '백종원'
요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도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데요. 대세 셰프들의 방송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연예인 집의 냉장고를 통째로 스튜디오로 가져와 최고의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데요. 회를 거듭할 수록 셰프군단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으며, 모락모락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지난 15일에는 허세프 ‘최현석과 이연복 쉐프가 나란히 SBS 힐링캠프에 게스트로 출연했네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요~
먹방과 쉐프들의 인기가 더해지는 배경에는 아프리카 TV 같은 인터넷 방송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1인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 'MCN'은 새로운 미디어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먹방, 겜방, 공방 등 재미있는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이고, 정부에서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열심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먹방에 대해 대한민국이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서 사회과학자들은 먹방의 열풍의 핵심에는 불안이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먹방 열풍의 핵심에는 불안이 존재한다. 우리가 불안할 때 먹는 것을 찾지 않나? 먹방 열풍은 불안한 사회가 만든 결과다 - 사회학자 최진기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소비되어지는 음식이라는 콘텐츠에 대해서, 그리고 SNS시대에 새로운 형식으로 인기를 모으는 먹방 열풍에 대해서 커뮤니케이션적 관점으로 왜 인기인가 적어봅니다.
1.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육체’를 덧입고 사는 인간은 하루 세끼를 먹어야합니다. 달콤, 시큼, 매콤, 쌉싸름함 이런 맛에 대해서는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세대갈등, 지역갈등, 정치 분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이런 갈등은 하루아침에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방송프로그램이나 SNS에서 음식을 가지고 스토리텔링 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기 좋은 ‘인간적’이면서도 인류공통의 ‘소통의 매개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요?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있는데요. 다양한 먹방 프로그램은 서민적인 음식은 고급지게,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런 일류 쉐프의 요리를 우리 집 냉장고 식재료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색다른 맛도 전해주고 있어서 ‘새롭고’, 참신한 시도입니다.
2. 새로운 포맷과 SNS 시대의 코드에 부합하다
요즘 뜨는 먹방 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에서 볼수 없던 새로운 재미를 안겨주는데 히트 비결이 있습니다. 특히 MBC의 '마이리틀 텔레비전'은 쌍방향, 인터랙티브한 요소가 시청자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보고 있으면 이 프로그램이 TV인지, VJ가 나오는 인터넷방송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인터넷방송으로 보던 것을 TV도 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마이리틀 텔레비전'은 요리 뿐만 아니라 의사, 마술사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등장하는데요. TV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참여해서 채팅하는 내용을 고스란히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아프리카 TV 방송 화면 캡처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의 방송 화면
3. 호감의 법칙이 숨어있다
누군가와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맛있었던 '행복한 경험'이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설득 심리학의 대가 로버트 치알디니는 "호감의 법칙"을 이야기합니다. 호감의 법칙은 간단하게 말하면 매력적인 용모의 사람에게 우리는 더 끌린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도 피의자의 외모나 체격이 판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단정하고 예쁜 외모를 가진 피의자를 만나면 과연 저 사람이 죄를 범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오류를 가끔 저지르곤 한다는 것이지요.
호감의 법칙중 “만찬 기법”이 있는데요. 만찬을 통해 좋은 이미지와 연결시켜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식사시간 중에 접촉한 사람이나 대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음식은 좋은 기분이라는 심리적 반응을 유발시키므로, 좋은 음식을 연결시키면, 어떠한 대상도 그에 대한 좋은 감정과 긍정적인 태도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먹방을 통해 만찬에 초대된 시청자는 출연자에 대해서 호감을 갖게 되고, 또 그런 프로그램이 히트할 가능성이 높다는 그런 분석을 해봅니다 ^^
4. 사람들은 소통하고 즐기기 위해서 미디어를 찾는다.
사람들이 왜 미디어를 이용하며 어떤 때 미디어를 찾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미디어학자들은 드라마, 뉴스, 토크쇼를 통해서 ‘소통’하고, 스포츠, 음악, 게임을 통해 ‘즐김’의 욕구를 만족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현 상태보다 더 긍정적인 쪽의 정서를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 미디어 심리학입니다.
사회가 암울하고 답답할수록 사람들은 스스로의 정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기 원하기 때문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맛’에 더욱 탐닉하게 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감’을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감정이입(empathy)하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도피일 수도 있겠지요.
먹방의 묘미는 눈으로 먹는 재미입니다. 다양한 색조가 실제로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붉은 색 파장과 녹색 파장은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고, 파란색 파장은 차분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먹방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대한민국을 강타하는 그런 프로그램 포맷이 될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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