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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기타

글쓰기가 '업'인 사람들의 효율적인 글쓰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5. 8.

글을 쓰기에 앞서 일단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홍보대행사 더피알컨설팅의 AE입니다. 저는 직업상 단신 보도자료부터 기획, 블로그 포스팅 등 장르와 용도를 불문하고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야 하는 처지입니다. 

어떤 글이 됐든 글의 아이템을 정하고 글을 쓰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이럴 때 글쓰기에 절차를 만들어 놓으면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영감을 받았을 때 워드를 켜고 막 써내려 갈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참 좋겠지만,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학교 다닐 때도 아르바이트 때문에 과제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늘 저만의 절차를 따라 과제를 후려치고(!) 과제를 정해진 기한보다 며칠 일찍 내곤 했습니다. 그런 제게 글쓰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과 ‘신속’이었습니다. (빨리 쓰고 퇴근해야 하니까요…ㅋㅋㅋ)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주는 게 적절한 시간 안배였고요. 

비단 홍보 담당자가 아니라도, 특정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여러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은 레포트를 쓰는 대학생부터 매체에 몸 담고 있는 기자들까지 다양하겠죠. 글쓰기에 왕도는 없지만, 오늘은 저처럼 글쓰기가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일이 되어버린 분들을 위해 저의 글쓰기 노하우(?)를 살짝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완성도 있는 글은 나중에, 일단은 육하원칙부터

회사에 다니다 보면 갑자기 일이 뚝 떨어집니다. 고객사에 이슈가 생겨 보도자료를 써야 한다거나, ‘홍보’에 대한 자유주제로 글을 쓰라는 업무 지시가 내려온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이럴 때 저는 글의 구조를 대강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기왕이면 육하원칙에 입각한 내용들 위주로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행사에 대한 보도자료를 쓰게 된다면 날짜는 언제인지, 장소는 어디인지, 누가 참여하는지, 어떤 세부 행사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 행사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 본다는 거죠. 그러면 글의 구성과 배치는 물론, 필요한 자료는 무엇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도 그려지는데요. 그러면 생각한 내용들을 종이에 쭉 적어 보는 겁니다. 

처음부터 완성도 있는 글을 한번에 쓰려고 하면 시간만 자꾸 늘어집니다. 모든 글은 첫 문장 쓰기가 가장 어렵거든요. 뼈대 없이 첫문장부터 마지막까지 스트레이트를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자, 그러니 완벽한 문장에 대한 미련은 일단 버리고 뼈대부터 잡으세요. 그래야 야근을 안 합니다.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개요를 작성하여 팀원들과 회의를 한다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대강 뼈대를 잡았다면 이걸 가지고 개요를 짭니다. 보도자료의 경우 헤드라인과 서브 타이틀과 각 단락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요약을 하면 되고, 블로그 포스팅의 경우에는 소제목 중심으로 개요를 짜면 됩니다. 

혼자 보고 말 글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내가 쓰는 이 글에 많은 사람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면? 글을 쓰기에 앞서 반드시 사전 회의를 하셔야겠습니다. 글쓴이는 작성한 개요를 바탕으로 이 글이 어떤 앵글로 쓰여질 것인지를 브리핑하고, 팀원들의 피드백과 동의를 얻는 것이 좋습니다. 

단, 사전 회의는 글의 방향이나 주제 등 큰 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디테일을 논하다 보면 또 다시 시간이 지체되고 프로젝트가 늘어집니다. 이런 주제 좋다, 이런 방향으로 가면 되겠다, 자료 요청은 어디다 하면 되겠다, 정도의 합의가 되면 담당자는 뼈에 살을 붙여 나가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료 수집도, 자료 요청도 최대한 빨리

글쓰기가 업인 사람들은 자신의 글에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사진 하나 함부로 갖다 쓸 수 없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날조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료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관계자에게 최대한 빠르게 요청해야 합니다. 자료를 요청할 때는 일단 전화로 대략 설명 후 협조를 구하고, 통화가 끝나면 바로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자료 요청 메일에는 필요한 자료와 자료 도착 기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며, 지금 쓰고 있는 글이 기간 내에 완성되려면 신속한 자료 협조가 꼭 필요하다는 점도 같이 어필해야 합니다. 

자료 협조를 받기로 한 곳에서 너무 바쁜 나머지 나의 요청을 깜빡 잊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약속한 기일이 되었는데도 자료가 안 온다면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약속 기일 하루 전쯤에 담당자에게 자료 준비 여부를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몇 번을 부탁해도, 죽어도 안 온다구요? 꼭 필요한 자료라면, 상대방이 협조하기로 약속한 자료라면, 수 차례의 압박과 독촉과 아쉬운 소리를 시전해서라도 받아내야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사진이나 정보 등의 자료가 글의 신빙성과 질을 높여주는 최강의 재료니까요. 

자료를 기다리는 동안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자료를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억겁과도 같습니다. 효율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자료 요청을 해 놓고 나서, 글 쓰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미리 초안을 써보는 것입니다. 자료가 안 온다고 넋 놓고 있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료가 빨리 온다면 자료에 입각하여 초안을 쓰면 되겠지만, 불행히도 저의 경우에는 필요한 자료를 하루 이틀만에 받아본 일이 아주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는데요, 이 시간을 헛되이 날리지 않으려면 자료가 들어갈 부분만 비워 두고 글을 써 보는 것도 좋습니다.

글이 잘 안 풀린다면 선배가 예전에 써 두었던 비슷한 양식의 글을 참고해 본다거나, 인터넷에서 자신이 글을 쓰려고 하는 주제에 대해 검색을 해서 영감을 얻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도, 죽어도 글이 안 풀린다구요? 그렇다면 잠깐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세요, 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자료도 없고 초안을 써 볼 마음도 안 생긴다면, 머리를 쥐어짜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만약 오늘 안에 안 써도 되는 글이고, 퇴근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자료가 올 것 같지 않다면 일단 과감히 손을 떼고 내일 쓰세요! 손에 잡히지도, 잡고 있는다고 해결되지도 않을 일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은 정신/육체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초안을 빨리 쓰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안전빵

저는 글을 쓸 때, 혼자 완성하려고 낑낑대는 것보다는 2% 부족한 글일지라도 초안을 나름대로 완성해 보고, 데드라인보다 빨리 결과물을 제출하여 피드백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초안이 완성되면 팀원들과 함께 글을 공유하고, 크로스 체크를 요청합니다. 내 눈에 안 보이는 오타도, 내가 간과했던 내용도, 내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쌈박한 헤드라인도 초안을 공유하다 보면 나올 수 있거든요. 

초안이 완성되면 팀원들에게 인쇄해서 나눠 줍시다. 4~5장 분량의 글이라면 10분 만에 대략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깐 회의를 소집해서 5분에서 10분 정도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의 의견을 빨간 펜으로 체크해서 책상으로 돌아옵니다. 글을 쓰면서 뭘 빠뜨렸는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는 무엇인지에 대한 훌륭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회의를 한다고 하면 시간이 무지 오래 걸릴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자, 이제 수정하시면 됩니다 

자료도 받았고, 팀원들의 피드백도 받았다면 이제 그에 입각하여 글을 다듬으면 됩니다. 이때야말로 디테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맞춤법이나 단어 선택, 팩트 체킹까지 꼼꼼히 하면서 다듬고, 읽고, 다듬고, 읽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글이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글쓰기가 일이 되어버린 이들에게는 글쓰기란 혼자만의 순수 창작 활동이 아닙니다. 특정한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쓰는 글이기도 하거니와, 동료들과 관계자들의 충분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다림도 길고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습니다.

이럴 때 글쓰기를 혼자만의 일로 생각한다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글을 쓰기로 한 사람이 그 프로젝트의 매니저로서 글의 마감일을 정하고, 업무 플로우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글쓰기의 90%를 좌우할 것입니다.

우선 글의 뼈대를 잡은 뒤, 정해진 기일 내에 의견을 모으고 자료를 구하는 일이 잘 진행된다면 그 후 가공하고 수정하여 완성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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