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마트폰이 우리 삶의 일부를 차지하게 되면서 디지털은 언제부터인가 혁신의 대명사이자 만병통치약처럼 사회 전반과 경제 생태계를 크게 바꾸게 되었습니다. 디지털화가 가능한 사물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듯해서 잡지는 온라인으로만 존재하고, 모든 구매는 웹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는 일자리는 곧 사라질 것 처럼 위기 의식을 느꼈습니다.
최근에 음반 가게가 다시 문을 열고 오프라인 대형 서점이 곳곳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 걸까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을 경험한 디지털 키즈들은 더 이상 디지털이 놀랍고 새로운 세계가 아니며, 이들에게는 레코드판, 보드게임 같은 아날로그가 정말 쿨하고 짜릿한 경험이라는 주장이 여러가지 팩트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이행이 완성된 바로 그 시점에 디지털이 아닌 상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아이디어가 새롭게 부상하는 현상과 아날로그의 새로운 가치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책을 읽고 디지털세대에 새롭게 나타나는 아날로그의 흐름을 몇 가지로 항목으로 옮겨 봅니다.
1. 추억의 레코드판
최근에 모 방송사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이 화제입니다. 국내 유명 뮤지션들이 낯선 나라에서 길거리 공연 버스킹을 하면서 관객과 소통을 시도하는 컨셉인데요. 유명세가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에서의 긴장감과 스릴이 전해져옵니다. 갖추어진 공연장이나 고도로 숙련된 음반 녹음이 아닌 열악하기 그지 없는 야외에서의 공연은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을 더욱 떠올리게 합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기술이 기가 막히게 좋아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디지털 컴퓨팅은 지난 50년, 퍼스털 컴퓨팅은 30년, 인터넷은 20년, 스마트폰은 10년 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습니다. 어떤 작업을 수행할때 디지털 솔루션을 먼저 생각하다보니, 디지털의 압도적인 우수성이 아날로그를 쓸모없게 만들고 그 가치를 폄하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날로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중요하고 이제 아날로그 제품과 아이디어의 가치 상승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음악 산업에서 LP앨범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LP앨범 판매량이 2007년에 99만 장에 불과했던 것이 2015년에는 1200만 장으로 1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더욱이 의미있는 수치는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LP의 주 소비자층은 18~24세라고 합니다. 스마트폰 세대의 젊은이들이 턴테이블은 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생애 첫 경험이기 때문인데요.
Photo by Emma Frances Logan on Unsplash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아이팟과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시작하자 아이들도 뭔가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어요. 부모가 사용하는 것들은 쿨하지 않으니까요. 마치 로큰롤처럼 말이죠. LP는 이제 더 이상 부모 세대의 물건이 아니에요.
LP 레고드판 판매가 빠르고 극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LP레코드판의 판매가 멈추지 않았던 것은 고음질에 집착하는 오디오 애호가와 반기업적인 펑크 애호가, 독일의 정글 DJ와 부유한 수집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디지털이 거의 고사시킨 아날로그 레코드판의 부활에 일조한 것은 다름아닌 디지털이었습니다. 음악이 물리적 실체와 분리되고 나니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게 되어 사람들은 음악을 사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손에 넣는데 아무런 노력이 들지 않게 되자 취향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아이튠즈에 담아둔 음악 목록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자랑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음악은 하드 드라이브 안에 숨어 있는 1과 0으로 이루어진 데이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음악에서 아날로그는 실력 그 자체입니다. 숙련화되고 고도화된 디지털시대의 레코딩 작업은 원곡과 동떨어진 기계 편집실력이 음악으로 둔갑할 때가 많기 때문인데요. 음악에서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되자 거대 기업이 아닌 음악 분야에 종사하는 가수, 작곡자에게 판매 수익이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2. “필름은 죽지 않았다”, 로모그래피
사람들은 디지털 사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질이라서 화질이 개선되기만 하면 디지털이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더 이상 사진을 인화하지 않게 되었는데요. 한때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이 기술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끝내 문을 닫게 되었는데요. 이로써 아날로그 사진 시대가 완전히 종말을 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1세기에 필름 회사가 다시 생겨나고 있습니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사진들 속에서 사람들은 진짜 사진을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35밀리 필름의 전 세계적인 시장 규모가 매년 1억 통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으며, 필름을 프로세싱해주는 서비스까지 합하면 시장이 10억 달러가 된다고 합니다.
아날로그 사진의 경우 ‘로모그래피 Lomography를 애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로모그래피는 실험적이고 약간은 초현실적인 사진을 촬영하는 것인데요. 지나치게 경직되고 정교할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규칙이 있는 사진찍기에서 ‘이제 화질 같은 건 생각하지 말자’는 선언입니다. 이 사진의 새로운 철학은 불완전성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자는 것입니다.
“로모그래피는 빠르고, 즉각적이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형태의 예술 표현이다”
(1)어디에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2)언제든지 카메라를 사용하며 (3) 어떤 앵글이든 닥치는대로 찍고 (4)가까이에서 찍으며 (5) 생각하지 말고 찍고 (6)빨리 찍으며 (7)사진을 찍기 전에 사진의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이고 (8)사진을 찍은 후에도 사진의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이며 (9)카메라를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10) 언제나 규칙을 무시하라
디지털 사진 혁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로모그래피는 필름 산업이 끝장나는 상황에서도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로모그래피의 대표 상품인 LC-A 는 여전히 팔리고 있고 로모그래피 회사는 극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사진의 급속한 성장은 로모그래피를 약화시켰다기 보다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흐릿한 이미지, 채도가 높은 필터, 계산되지 않은 구도, 사진을 SNS에서 공유하는 것 까지 스마트폰의 사진, 특히 인스타그램의 문법은 로모그래피의 열 가지 원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3. 보드게임 : 네트워크 바깥의 네트워크
해마다 수십 만명이 토론토에 있는 ‘스네이크 앤드 라테스’를 찾는 이유는 그 곳에 세계 최고의 보드게임, 카드게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드게임 카페 '스네이크 앤드 라테스'는 아날로그 놀이의 성지이고, 온갖 게임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커뮤니티가 아날로그의 반격과 어떻게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보여주는 예입니다.
종이편지나 레코드판, 사진 필름과는 달리 보드게임과 카드 게임은 디지털 때문에 망하지 않았습니다. 보드게임은 북미지역에서 2008년 이후 해마다 두 자릿 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런 취미용 테이블 게임은 오늘날 장난감 업계에서 20억 달러에 달하는 게임과 퍼즐 부문의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젠콘, 독일 에센과 같은 보드게임축제의 참가자 수는 전문가와 게임 이용자 모두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와우!
보드게임은 원래 유럽에서 하드코어 게이머와 긱 문화를 중심으로 하였는데요. 이 당시 보드게임은 술집이나 카페에서 즐기는 문화였습니다. ‘스네이크 앤드 라테스’ 같은 곳이 생기면서 모든 사람이 편안한 곳, 긱 문화와는 동떨어진 동네 커피점 처럼 편안한 느낌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맛있는 커피와 재미있는 게임, 그리고 상냥한 사람들, 평범한 남녀, 즉 사회 주류가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으로 확장되었는데요. 전문가들은 너두주의 nerdism의 어두운 구석으로부터 좀 더 친근한 긱들의 세계로 이동하면서 테이블 게임 산업으로 보드게임이 주류로 부상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드게임 자체보다는 ‘쿨’한 곳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사람들이 아날로그 경험을 하고 싶어할 때는 ‘정말로’ 아날로그 경험을 원하는 것이다. 게임기술도 중요하고 운도 작용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감정 표현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게임에서 이긴다
<외로워지는 사람들>의 저자인 셰리 터클 MIT 사회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이 네트워크 안에서 함께 있어도 서로에 대한 기대가 아주 낮기 때문에 심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스타그램은 일상의 화려한 순간만을 담고 있고, 페이스북 친구 관계는 진짜 관계라기 보다는 온라인상의 크리스마스 카드 교환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드게임은 아날로그 게임을 통해서 게임 참여자들 간에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릅니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이야기하고 웃습니다. 얼굴을 마주보며 표정과 눈빛을 읽을 수 있지요.
4. 오프라인 매장 : 알고리즘이 말하지 못하는 것들
미국 사람들은 일주일의 휴가를 받으면 평균 하루 반 정도를 쇼핑에 쓴다고 합니다. 1995년 제프 베저스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시작한 이후 오프라인 리테일 부문에서 서점은 레코드점과 더불어 가장 먼저 디지털테크놀로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마존은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까지 집어 삼키면서 인터넷 최대의 리테일 매장이 되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서만 수 천 개의 서점이 문을 닫았고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오프라인 서점이 다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불황기에 최저점을 찍었던 판매량이 다시 올라라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서점연합ABA에 가입한 서점의 숫자는 2009년 1,650개에서 2016년에는 2,311 개로 늘어났습니다. 미국의 독립 서점은 1만 3천개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미국 출판협회 AAP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페이퍼백 서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10억 1000 만 달러인 반면 전자서적은 매출은 20% 하락했습니다.
사진출처: amazon.com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 시장에 진출한 것은 단순히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 아닙니다. 온.오프라인 O2O 연계전략으로 전자서적과 종이서적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입니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대형서점이 복합쇼핑몰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등 대형서점이 리모델링하고 새로 문을 연 오프라인 서점 수가 30개가 넘습니다. 또한 온라인서점 예스 24는 오프라인서점을 열고 있습니다 .
“편리함과 가격’은 온라인 유통의 성장을 견인한 두가지 경쟁력이라면, 경험을 전달하는 일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강점을 온라인이 따라올 수 없습니다. ‘룰루레몬’ 이 오프라인 매장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스파용 음악을 틀어놓고, 요가 수업 시간을 칠판에 적어놓고, 룰루레몬의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손님을 맞습니다.
지난 몇 년간 뉴욕 등에 새로 개점한 서점들은 아날로그를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로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손님들이 쉽게 들어설 수 있는 아늑하고 멋진 공간이 있고, 서점직원이 손님이 읽고 싶을 만한 책을 찾아주는 핸드셀링 hand-selling 문화가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지가 무한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쇼핑을 하게 되면 선택지가 제한되기를 원하게 됩니다 <선택의 심리학>에 따르면 끝없는 선택권이 주어질 경우 사람들은 무력해지다 못해 두려움을 품게 됩니다.
아날로그 고객 유치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훨씬 크다
온라인 상품 구성은 기본적으로 가장 일상적이고 흔한 카탈로그의 디지털 버전입니다. 물건을 온라인에서 파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를 통해 이윤을 내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존도 20년 동안 책과 다른 제품들을 온라인에서 팔았지만 최근에야 리테일 부문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2015년 2사분기에 아마존 리테일의 북미지역 마진은 2.5퍼센트였습니다).
전자상거래 리테일러는 이메일 폭탄, 검색엔진 최적화 SEO, 디지털광고 등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서만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은 메시지 도달도는 높지만, 결국 조그만 화면 위에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경쟁하는 다른 광고, 콘텐츠, 이미지와 경쟁하면서 쉽게 묵살되거나 차단되기 때문에, 이를 구매로 연결하는 일은 엄청나게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매장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객보다 많은 시간과 돈을 쇼핑에 소비합니다. 미국 온라인 리테일 매출의 절반은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메이시스 닷컴 macys.com과 홈데포닷컴 homedepot.com 입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야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처음에 완전한 온라인 접근성과 편의성을 원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몰입적인 쇼핑 경험을 아쉬워하게 되었습니다.
안경점 '와비 파커'는 온라인으로 시작해서 오프라인 팝업매장을 열면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2013년에 일련의 팝업 매장을 성공시킨 와비 파커는 186 제곱미터 넓이의 리테일 매장을 뉴욕에 오픈했습니다.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가면 두 개의 거대한 벽거울 앞에서 마음껏 안경을 써보고 포토 부스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와비파커는 오프라인 매장을 브랜드 홍보용으로 생각하고 런칭했지만, 매장이 너무 잘되는 바람에 전략을 전환했습니다) 조사결과 와비파커는 오프라인 매장 단위 면적당 수익률이 애플과 티파니의 뒤를 이어 3위였습니다.
※사진출처: https://www.instagram.com/warbyparker/
애플이 1300달러짜리 노트북을 팔고 티파니는 2만 5000달러짜리 약혼 반지를 파는 반면, 와비 파커는 100달러 짜리 안경만을 판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애플스토어'는 자사의 애플 제품을 가장 비싸게 팔고 있습니다. 애플스토어는 해마다 0.09 제곱미터당 거의 5,000달러를 벌어들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매장입니다. 애플 스토어 직원들은 1인당 50만 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매년 수억 명의 고객이 애플 스토어를 방문하는데요. 전 세계 매장이 500 여개가 안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애플은 판매 접점 POS (Point of sale, 매장)을 컨트폴하지 못하면 제품에 들어간 혁신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수단이 오프라인 스토어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애플 스토어는 새로운 애플 브랜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근사한 매장이였습니다.
지나치게 기술 낙관적인 태도도 문제이지만 무조건 신기술을 반대하는 것도 위험한 사고방식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재탄생한 아날로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을 잘 읽을 수 있다면,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상상력과 개념화 능력,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결국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게 오감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육체적인 존재다
※ 참고 기사
서점의 부활… '복합 문화공간'이 되다 ( 조선일보 2017-8-10)
죽었다고요? 다시 팔리는 종이책 (중앙일보 2017-4-3)
아날로그 필름 부활의 날갯짓(조선일보 20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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