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인 <글로시에> Glossier.
밀레니얼 세대의 '에스티 로더(Estee Lauder)'라고 불리는 글로시에 브랜드는 2014년 말 론칭한 이래 매년 세 자릿 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무려 1.2조원이라니? 화장품계의 코카콜라입니다. 화장을 한 듯 안 한 듯한 '꾸안꾸 메이크업'의 대표 브랜드 '글로시에'는 창업자와 함께 성공을 거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글로시에는 에밀리 와이즈라는 젊은 여성이 유명한 패션 잡지에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블로그를 만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에밀리 와이스는 보그, 더블유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2010년 블로그 <인투 더 글로스 into the Gloss> 를 만들었는데요. 패션 모델과 뷰티 및 화장품 업계의 주요 인물, 유명인과 인플루언서를 인터뷰해 일상 속 이른바 ‘뷰티 루틴’과 가장 좋아하는 제품을 알리는 블로그였습니다.
이 블로그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려 200만명이 넘는 독자가 생기고 주요 여성 잡지보다 댓글과 대화가 활발하게 오가며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겨났습니다. 특히 자연스러운 일상 공유는 하나의 팬덤을 형성하게 되고,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론칭해 성공에 이르게 합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성공하는 브랜드의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이자, 부러운 사례입니다.
통상적으로 브랜드를 런칭할 때는 브랜드 타깃을 설정한 다음 제품을 기획하고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다가서기 까지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서 브랜드 하나를 런칭하게 됩니다. 글로시에는 이런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지 않고, 브랜드 런칭하기 전에 '블로그' 를 통해 미래의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밀리 와이스는 자신의 이름을 건 제품을 출시하게 됩니다. 독자들에게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현재 화장품 시장에 어떤 제품이 부족한지 등을 조사하여 2014년 4가지 제품으로 글로시에를 런칭하게 됩니다.
첫 제품은 ‘밀키 젤리’ Mily jelly 클렌저와 밤 닷컴 Balm dotcom 립밤, 프라이머 역할을 하는 '모이스처라이저'와 '미스트 스프레이'였습니다. 밀키 젤리 클렌저 개발시 소비자 조사를 위해서 블로그에 설문을 올렸습니다 .
"당신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클렌저는 어떤 것일까요?
향은 어떨까요? 발랐을 때 느낌은?
이 클렌저가 영화에 등장한다면 어떤 배우가 연기하면 좋을까요?
이런 질문에 300개가 넘은 댓글이 달렸고, 와이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여성들이 화장을 지우는 메이크업 리무버와 얼굴을 세안하는 페이스 워시 둘 다 사용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고 짜증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와이스는 두 가지 기능을 모두 포함하는 클렌저를 개발하게 되지요.
우리나라 여성들이 이중세안과 각종 기능성 화장품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서구 여성들은 좀더 간편하고 편리한 코스메틱을 즐긴다고 합니다. 이런 것은 문화적인 차이일 수도 있고 뷰티에 대한 시각차일 수도 있겠습니다.
'피부 먼저, 메이크업 나중 Skin first , makeup second ' 브랜드 철학
에밀리 와이스는 운이 좋게도 '자연 미인'이라는 훌륭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글로시에가 강조하고 있는 아름다움은 '당신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제품으로 '물기를 살짝 머금은 듯 빛나고 촉촉한 피부'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일상 노출로 팬덤을 만들어낸 '글로시에'.. 처음에 에밀리 와이스는 그녀의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욕실 선반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제품을 사용하는지 .. 정말로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여줬습니다.
글로시에 팬들은 창업자를 따라하듯이 그들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침대가 등장하는 아침의 기상 장면, 샤워하고 화장을 하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통해서 라이프를 엿보게 되지요..
브랜드 상징인 핑크칼러, 생기발랄하고 재미있는 브랜드 감성 추구
글로시에 브랜드 메시지는 ‘화장은 보수작업이 아니라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라는 것입니다.
피부 본연의 장점을 살려주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글로시에는 뷰티 업계 밖의 뷰티 브랜드입니다. 대기업 없이 독립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 직접 판매 (Direct-to Consumner) 방식을 택한 글로시에는 가격정책 또한 고가 정책을 따르지 않고 밀레니얼 세대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설정하여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D2C(Direct-to-Consumer, 소비자 직접판매) 란, 타 유통 플랫폼이나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회사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직접 판매방식이다.
글로시에의 디자인은 검정, 흰색, 핑크를 주 색조로 삼아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줍니다. 디자인은 강렬하면서 절제된 스타일을 정체성으로 삼았는데요. 이런 디자인 덕분에 글로시에는 백화점 화장품을 대체할 만한 현대적인 대안으로 떠올랐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멋지게 보일 수 있었습니다. 제품의 절제되면서 생기있는 모습은 모델들의 아름다움과도 닮아있고, 그런 제품과 모델 모두 수 많은 사진 중에서도 돋보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에스티로더'라는 애칭이 생겨난 이유인듯 합니다. 발랄하지만 뭔가 고급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사람들의 욕실선반 ‘셀피 ‘사진을 스크롤하다 보면 글로시에의 강렬한 검정색 로고가 쉽게 눈에 띕니다.
글레시에는 다른 뷰티 브랜드 보다 훨씬 무게를 덜 잡고 재미와 긍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을 배송할떄 핑크색 버블랩(Bubble Wrap)를 들 수 있는데요. 비닐 포장재 하나까지 글로시에는 상표등록 추진하는 등 BI 디자인에도 숨은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장난기 넘치는 귀여운 스티커를 보내주어 소비자에게 소소한 즐거움 선사했습니다. 브랜드 로고도 자세 살펴보면, Glossier 다음에 ● 점이 찍혀있습니다. 뭔가 윗트가 느껴지네요.
또한 글레시에는 ‘아름다움을 대중화’하고 개인을 당당히 내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글로시에가 제품 라인을 바디제품으로 확장하면서, 바디 히어로 Body Hero 라는 제품을 출시했는데요. 당시에 진행한 광고 캠페인에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농구선수가 모델 등 다양한 몸매의 누드 여성을 등장시킨 것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2018년에는 연매출 1억 달러를 넘어섰고 가장 인기 있는 제품 ‘보이 브라우 Boy Brow는 32초에 하나씩 팔리고 있습니다.
글로시에의 성장비결은? 창업자와 고객과의 친밀한 소통
글로시에 브랜드는 창업자 '와이스'와의 쌍방향 소통 방식을 꾸준히 지키며 특히 수많은 다이렉트 메시지와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통해 고객과 매우 친하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계속 고객의 실제적인 요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시험해봅니다. 글로시에의 성장 비결은 이같은 '끊임없는 소통'과 '고객의 참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시에 고객들은 제품 사용 모습을 셀카로 찍어 올리고 인스타그램 뿐 아니라 도시별 팝업 행사 등에서도 브랜드와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와이스는 창업 당시 <인투 더 글로스>블로그 초기부터 타깃 고객의 눈 높이에 맞는 뷰티 브랜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글로시에는 대부분의 뷰티업계 브랜드처럼 기업적이고 고루한 느낌을 풍기는 대신 살아있는 사람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등장하는 커뮤니티를 표방했습니다. 글로시에는 고객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뷰티 생태계이고, 와이스는 고객들을 ‘공동 창작자’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대외적으로 소통할 때 오로지 브랜드로서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요즘에는 창업자도 브랜드 스토리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CEO의 퍼스널 브랜딩이 기업의 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사업 목표 달성에 아이처럼 들뜬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마치 직장에서 막 큰 성과를 거둔 친구를 대하듯 응원해줍니다. 너무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나도 당신과 같고, 같은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 고군분투하며 성공을 꿈꾼다'는 이런 인간적인 접근이 어떤 세련된 브랜드 홍보전략 보다 먹혀드는 시대입니다.
뷰티 브랜드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카테고리에서 창업자의 브랜드 스토리, CEO의 메세지가 더욱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제품이 좋아서 구매하기도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기업의 CEO를 신뢰하고 지지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입니다.
브랜드가 내부에서 시작해야 한다면,
시작점은 창업자들이다.
창업자가 타깃 고객 특성을 똑같이 지니지는 않았다 해도,
적어도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가치관과 분위기는 체화해야 한다.
※참고문헌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 에밀리 헤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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