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ny Spills’ 사례로 본 AI 캐릭터의 콘텐츠·브랜드·IP 확장 가능성
콘텐츠를 만드는 AI에서, 캐릭터와 세계관을 키우는 브랜드 미디어로
요즘 AI 캐릭터 사례를 보다가 흥미로운 계정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분홍색 패션을 즐기고, 연애와 돈에 대해 거침없이 조언하는 AI 할머니 ‘그래니 스필스 (Granny Spills)' 입니다.
실제 인물이 아닌 AI 캐릭터인데, 공개 후 몇 주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100만 명, 틱톡 약 40만 명을 모았습니다. 제작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에릭 수에레즈(Eric Suerez)와 애덤 바서스타인(Adam Vaserstein)입니다.
제작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기존에 제작한 영상을 참고자료로 클로드(Claude)에 넣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대본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다시 내용을 다듬은 뒤 Veo 등의 AI 영상 생성 도구를 활용해 영상으로 제작합니다. 제작자 인터뷰에 따르면 영상 한 편을 만드는 데 5~10분 정도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더 눈에 들어온 것은 단순히 ‘AI로 영상을 빠르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캐릭터가 반복적인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하나의 미디어로 성장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먼저, 캐릭터가 분명하다
Granny Spills를 몇 편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핑크색 옷과 선글라스, 스카프.
럭셔리한 공간과 패션.
그리고 연애와 돈에 관한 거침없는 조언.

콘텐츠 소재가 달라져도 캐릭터의 태도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타임(TIME) 은 Granny Spills를 핑크색 디자이너 의상을 입고 대담한 인생 조언을 하는 AI 인플루언서로 소개했습니다. 제작자 역시 현실의 사람이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워할 만한 내용을 이 캐릭터가 거침없이 말한다는 점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라는 기술보다 먼저 캐릭터가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어떤 영상 생성 모델을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핑크색 옷을 입고 거침없이 조언하는 그 할머니” 라는 인상입니다.
캐릭터 브랜딩에서 이름과 외형, 말투와 성격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반복해서 보았을 때 같은 인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다음 콘텐츠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가 바꾼 것은 ‘기획’보다 생산 방식이다
Granny Spills의 또 다른 특징은 콘텐츠를 반복해서 생산하기 쉬운 구조에 있습니다.
실제 인물을 출연시키려면 배우나 모델을 섭외하고, 장소를 정하고, 촬영하고 편집해야 합니다. 하지만 AI 캐릭터는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 환경 안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대본의 초안을 AI가 돕고, 사람이 수정하고, 영상 생성 도구가 장면을 구현합니다. Granny Spills 제작진은 이런 방식으로 한 달에 수십 편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사람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이 해야 할 일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어떤 말투를 유지할 것인지,
어떤 장면이 캐릭터와 어울리는지,
어떤 콘텐츠를 계속 만들 것인지.
즉 콘텐츠 한 편을 직접 제작하는 일보다 캐릭터 전체를 기획하고 디렉팅하는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AI가 제작의 속도를 높였다면, 그 속도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반복되는 캐릭터는 하나의 '미디어'가 된다
캐릭터가 분명하고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발행되면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캐릭터의 외모와 말투, 세계관을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개별 영상보다 그 캐릭터의 다음 콘텐츠를 보기 위해 계정을 찾게 됩니다. 이때 계정은 단순히 영상을 올리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유통 채널이 됩니다.

Granny Spills 역시 빠르게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면서 브랜드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제작진이 Granny Spills를 통해 브랜드 협찬 등 수익 모델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AI 캐릭터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광고 모델이라면 특정 캠페인이 끝나면 역할도 끝나지만 AI캐릭터는 고유한 이름과 성격, 세계관이 있고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캐릭터 자체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사람을 모으는 브랜드 미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다른 콘텐츠와 상품, 협업으로 확장된다면 하나의 캐릭터 IP(Intellectual Property), 즉 다양한 콘텐츠와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지식재산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AI 캐릭터와 브랜드 미디어의 차이
물론 AI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모두 브랜드 미디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 생성 기술만으로는 캐릭터가 기억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해집니다.
이 캐릭터는 누구인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사람들은 왜 이 캐릭터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가?
여러 콘텐츠를 관통하는 일관된 세계관이 있는가?
기업 콘텐츠도 비슷합니다.
콘텐츠의 형식과 소재는 다양할 수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브랜드 인식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PR매쉬업에서 브랜드 전략을 다루며 정리했던 “중심은 선명하게, 설명은 풍부하게' 라는 원칙과도 연결됩니다. (※관련글 -> 기업 브랜드 전략, 무엇이 최우선일까?)
AI는 콘텐츠의 양을 빠르게 늘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반복해서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캐릭터와 브랜드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도 있습니다.
AI 캐릭터의 경쟁력은 결국 기획력과 운영력
결국 Granny Spills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 캐릭터라고 해도 누가 캐릭터를 기획하고, 어떤 세계관과 톤을 만들며, 그것을 얼마나 일관되게 운영하는가입니다.
AI는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 수 있게 해줬지만, 전체 방향을 설계하고 캐릭터를 하나의 브랜드로 키운 것은 사람입니다.
AI의 역할은 캐릭터의 방향을 대신 정하는 것보다 사람이 기획한 캐릭터를 더 빠르고 다양하게 제작하고 확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AI 캐릭터의 경쟁력도 기술 자체보다 기획력과 운영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영상 생성 기술은 점점 보편화될 수 있지만,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세계관을 구축할 것인지, 사람들이 왜 계속 보고 싶어 하는지를 설계하는 능력은 쉽게 표준화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PR 인사이트
AI 캐릭터의 등장은 브랜드 콘텐츠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캐릭터는 광고 캠페인의 모델이나 브랜드를 친근하게 설명하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AI를 통해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다양한 상황에 등장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역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광고 모델 → 콘텐츠 주체 → 브랜드 미디어 → IP 이런 확장도 가능해집니다.
특히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캐릭터라면 제품 홍보만 반복하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관점과 성격을 꾸준히 보여주는 하나의 콘텐츠 채널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 캐릭터가 실제 인플루언서를 곧바로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타임(TIME)의 조사 인용에 따르면 AI 인플루언서나 디지털 클론 활용에 아직 조심스러운 기업도 많으며, 실제 사용 경험이 없는 가상 인물이 제품을 추천할 때 생기는 신뢰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AI 캐릭터의 가능성을 볼 때도 기술적 신기함보다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 AI가 만든 캐릭터보다, 사람이 설계한 세계관
Granny Spills는 AI로 만든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팔로워가 캐릭터를 기억하게 만든 것은 AI의 기술력보다 핑크색 패션이라는 시각적 브랜드 아이덴티티, 거침없는 말투, 반복되는 주제와 세계관,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한 사람의 기획과 감각이 더해진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AI가 콘텐츠 제작의 장벽을 낮출수록 오히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왜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축적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AI 캐릭터를 단순한 광고 모델을 넘어 자체 미디어이자 하나의 IP로 키워가는 사례도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결국 기술은 캐릭터를 빠르게 움직이게 할 수 있지만, 캐릭터가 어디로 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기획력입니다.
▸ 참고문헌
- [TIME] This AI Grandma Is Going Viral. Is She the Future of Influencing? (2025.11.18)
- [Bloomberg] AI Creators Are Already Taking Over Social Platforms and Getting Paid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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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더피알컨설팅의 브랜딩·PR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PR매쉬업(PR MASHUP)에서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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