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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소셜브랜딩

공공의 가치를 지향하는 '소셜'한 사회공헌 디자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8. 19.

기술의 발전과 소비재의 종류가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상품과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 지도 모르는 ‘만물의 홍수’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맹점이 있습니다. 다 소화하지도 못할 만큼 넘쳐나는 상품과 정보는 어떻게 보면 이런 재화들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겁니다.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는 파생되는 문제점도 많은데요.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기업은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책임과 윤리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 받고 있습니다. 상품과 정보 등 다양한 유,무형 서비스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는 디자인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요즘 들어 사회적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지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상생’의 디자인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팔기 위한 디자인을 뛰어 넘어,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회공헌 디자인’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오늘은 사회공헌 디자인의 몇 가지 좋은 예를 몇 가지 소개해 볼까 합니다.

복잡한 정보를 쉽게 전하는 인포그래픽 디자인

요즘처럼 알아야 할 것 많은 시대가 지금껏 있었나 싶습니다. 읽어야 할 것도, 봐야 할 것도 많아 양질의 정보를 쉽게 습득하고 걸러내는 게 더 어려워졌는데요. 그래서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도록 시각적인 요소를 가미한 메시지가 바로 ‘인포그래픽’입니다. 쉽게 말하면 ‘정보를 디자인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인포그래픽은 많은 공공기관이나 기업뿐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은 양질의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단순 선전용이나 홍보용 콘텐츠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인포그래픽을 보면서 질문을 던지거나, 호기심을 갖지 않죠. 하지만 ‘아 그렇구나’ 에서 끝나는 정보는 어찌 보면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의식 있는 디자이너들은 인포그래픽을 단지 돈벌이나 홍보 수단이 아닌,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출처: 슬로워크 (slowalk.co.kr)

사회공헌 인포그래픽 디자인의 좋은 예로 국내 디자인 업체인 ‘슬로워크’의 캠페인을 꼽겠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이미지로 디자인해 아이폰 바탕화면을 만들어 공유하고, 밀양 송전탑 문제를 인포그래픽으로 다루기도 했는데요. 이는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문제를 넌지시 전달하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퍼뜨리고 공유하고 싶게 만듭니다. 

 

정말 공짜로 써도 돼? 감각적인 폰트 디자인

단순히 깔끔하기만 한 문서는 NO! 보기 좋은 문서가 읽기도 좋다는 말이 진리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에 따라 좋은 글꼴을 쓰는 것도 중요해졌어요. 그러나 예쁜 폰트는 거의 유료라는 게 함정입니다.

그런데 여기 개인이나 소기업의 디자인 활동을 돕고, 아름다운 한글 서체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디자인 폰트를 무료로 제작/배포 하는 착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무료인 것도 감사한데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유료 폰트 못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 자랑입니다.

 

◆ 네이버 ‘나눔글꼴’ 

출처: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 (hangeul.naver.com/sign.nhn)

네이버는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한글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눔글꼴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나눔고딕은 안 깔려 있는 컴퓨터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사랑받고 있는 ‘국민 폰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나눔고딕, 나눔명조 뿐 아니라 나눔손글씨체, 잉크를 30% 가량 절약할 수 있는 ‘에코체’,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나눔바른고딕’ 등의 다양한 폰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 배달의민족 ‘한나체’, ‘주아체’

출처: 우아한형제들 (www.woowahan.com)

모바일 음식배달앱 ‘배달의민족’을 만든 기업인 ‘우아한 형제들’에서는 모두가 제약 없이 아름다운 한글을 쓸 수 있도록 한나체, 주아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주아체는 붓으로 직접 그려서 만든 손글씨 간판을 모티브로 만들어, 옛날 간판의 푸근함과 정겨움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한나체는 아크릴판 위에 시트지를 붙여 칼로 잘라낸 1960~70년대 간판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코믹하면서도 생활 밀착형(?) 디자인을 선보이는 우아한형제들 기업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서체로 요즘 인기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출처: 윤디자인연구소 (groupy.co.kr)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 기업인 ‘윤디자인연구소’에서도 무료 폰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폰트 디자인 분야에서는 오랜 노하우가 있는 기업이지요. 특히 대한민국을 모티브로 한 ‘대한체반포’와 ‘대한민국 독도체’가 대표적인 무료 폰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손글씨공모전 당선서체도 무료 폰트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인포그래픽 디자인과 폰트 디자인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공유하고, 널리 전파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찾게 됩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람들에게 유익한 소스를 제공하여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 사회적으로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디자인이 바로 사회에 공헌하는 디자인 아닐까요? 

왜 그 좋은 인력과 노하우로 돈 안되는 일을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이 사람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쓰인다면 그 디자이너가 얻는 것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과 가치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보다 살만한 곳으로 디자인되겠죠. 이것이 바로 사회공헌 디자인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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