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소비는 필요가 아닌 의미를 사는 행위이다.
선택에는 철학이 있고, 소비에는 미학이 있다.
선택은 반복되고, 반복은 흔적이 되며, 흔적은 곧 정체성이 된다.
우리는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수집하고 있다. "
나는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 우리는 매일같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소비합니다. 아침에 입을 옷, 점심 메뉴, 일할 때 듣는 음악,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그리고 누군가와의 만남을 위한 장소를 정할 때 취향에 따라서 때로는 의미에 따라서 선택을 합니다.
<감각자본>의 저자인 김기수는 선택들은 무작위가 아니라 각자가 축적해 온 경험과 감각, 그리고 알게 모르게 형성된 일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감각자본>은 문화와 자본을 잇는 보이지 않는 감각,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요. 소비와 취향, 문화 자본에 대한 작가의 관점 및 다양한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소비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각'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라고 이야기합니다. '감각'은 무엇이 진짜이고 가까인지, 무엇이 가치 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 본질의 가치를 즐기는 소비자
본디 '명품'은 말 그대로 이름값 하는 제품입니다.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희소 가치', 쉽게 카피할 수 없는 '특별한 제작 기술'이나 '소재의 특별함' 그리고 '디자인의 미학적 가치' 가 돋보여야 합니다. 즉 제품 자체의 '본연의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명품의 요소는 (1) 사람 (2) 환경 (3) 재료 (4) 디자인 (5) 브랜드 스토리텔링 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품 오디오와 빈티지 가구 같은 스타일 소비 제품을 떠올려보면, 같은 스피커라도 제작 연도에 따라 음장력이 어떻게 다른지를, 동일한 탁자라도 90년대 이후로는 나무 소재의 품정이 바뀌어 질감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즐기고 감상할 수 있어야 진정한 명품을 즐기는 소비자입니다.
명품은 본디 '럭셔리 굿즈' luxury goods를 '명품'이라고 번역한 것에 출발하게 되었는데요. 럭셔리 굿즈는 원래 '사치품'이라고 명명되기 때문에 1980년대 수입자유화 조치에 따라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명품'이라는 단어로 대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럭셔리의 진정한 본질 또한 외형이 아닌 안목입니다.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전시된 <나무의 시간>은 내촌 목공소와 남희조, 허희태 작가의 컬라버레이션 전시 작품입니다.
전시된 작품은 흑단 나무의 심재처럼 '검은색'입니다. 스모키한 내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고 친근합니다. 이 작품의 정체를 파고 들면 강원도에서 벌채한 참나무를 태운 <꾸븐 낭개>(태운 나무)입니다. 태운 나무는 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예술과 디자인 리빙의 영역에 존재하며, 명품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
# 문화자본
이 책에서 돋보이는 대목은 '문화자본'입니다. 감각 자본의 핵심이 응축된 단어가 '문화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문화적인 종으로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사회적 학습 능력을 갖추고 남을 본받으며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개인의 독창성과 경험만으로도 결고 알아낼 수 없는 수준의 문화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각자의 감각적 취향이 문화적 선택과 소비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결국 취향은 삶의 방식이자 개인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매너와 교양 즉 '문화자본'은 그저 한 개인의 속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끝나지 않습니다. 집단에서 구별짓기를 위한 잣대로 쓰입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가 계급을 구분짓는 암시였듯이 '음식', '음악', '취미' 등의기호 역시 계급을 나누는 기호로써 작용하며, 즉 뭘 입고, 바르고, 쓰고, 먹느냐가 신경쓰이게 되었습니다.
매너는 가능하면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적인 것에 맞춰야하며, '취향'과 '기호'는 소비지향적 유행을 쫓거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나만의 세계에서 생성해야 합니다. 교양은 개인의 지식과 교육 수준, 문화적 배경과 예절 등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개념인데요. 교양있는 개인은 나름의 문화자본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문화 자본은 금력을 뜻하는 경제 자본과 인맥과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과 마찬가지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데 다른 두 자본과 달리 한 인간과 평생을 같이 하게 됩니다.
# 케이팝과 Cool 의 재정의
Cool used to mean pretinding nothing hurt. Now it means showing up anyway.
Cool isn't about being perfect. It's about being real- event when it's scary.
(쿨함은 예전에는 아무 일도 없는 척하는 게 멋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상처받은 채로라도 무대에 서는 게 멋진다고 본다.완벽한 외형이나 감정의 차단이 아니라, 불안하고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는 용기야 말로 지금 이 세대가 생각하는 쿨이다.)
이 책에서 쿨함에 대한 논의는 K팝을 다루면서 등장하게 되는데요. 마르크스 관점에서 보면 케이팝은 자본주의 상부 구조에서 태어난 이데올로기적 상품으로, '팬덤'은 감정적 에너지를 체제 순응으로 전환하고, '스타 시스템'은 현실의 결핍을 화려한 판타지로 덮는다고 비판을 했습니다.
반대 관점에서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러한 문화를 저항의 언어로 다시 정의했습니다. 그는 '대항 헤게모니'의 가능성을 말했고, 케이팝 팬덤은 바로 그 장에서 의미를 만들어 간다고 보았습니다. 젠더, 인종, 정치적 이슈를 끌어안는 이들은 단지 수용자가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생산자입니다.
문화란 결국 감정이 언어이며, 소통의 기술이다.
이 글을 마치면서 브랜드와 관련한 작업을 일을 하고 있다면 '무엇을 느끼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일상생활에서 적용시켜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각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하는데요. 의미있는 선택과 가치있는 소비를 하기 위한 '안목'을 키우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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