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은 초반보다 오히려 마지막 단계에서 더 어려워집니다.
이유는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름 하나에 너무 많은 판단과 불안이 동시에 얹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네이밍을 논할 때 우리는 종종 ‘좋은 이름을 만드는 방법’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 네이밍 작업은 막바지로 갈수록 내부 이해관계가 개입되고,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판단이 작동하며, “괜히 튀는 이름은 피하자”는 분위기로 흐릅니다. 그래서 좋은 이름보다 무난한 이름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글은 네이밍을 ‘잘 만드는 법’을 설명하기보다, 실무에서 왜 늘 같은 지점에서 막히는지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전략이 나빴을 뿐, 나쁜 이름은 없다
네이밍 사례를 살펴보면 의외로 “이름 자체가 문제였던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공적인 브랜드일수록, 이름이 브랜드를 만들었다기보다 비즈니스와 전략이 이름에 의미를 부여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쉽게 “이 네이밍은 별로다”라고 판단하지만,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문제는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어떤 전략 안에서 사용했는지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브랜드 포지션이 먼저 정리되어 있었는지
- 어떤 카테고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길 이름이었는지
- 브랜드 이미지와 스토리 확장까지 고려된 선택이었는지
이름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전략, 비즈니스 구조, 메시지 설계 위에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플리커(Flickr)와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종종 네이밍 성공 사례로 언급되지만, 이들의 성과는 이름 자체의 힘이라기보다 비즈니스와 브랜드 전략이 먼저 작동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플리커는 ‘빛의 깜빡임’을 의미하는 flicker에서 출발한 이름으로, 도메인 선점 문제로 철자를 변형한 Flickr라는 다소 낯선 네이밍을 선택했습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직관적이거나 설명적인 네이밍은 아니었지만, 사진 공유라는 서비스의 맥락과 브랜드 전략이 뒷받침되면서 결과적으로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이름이 브랜드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전략이 이름에 의미를 부여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랄프 로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창업자의 이름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브랜드 확장 과정에서 클래식과 트렌디함을 오가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폴로 스포츠 라인의 런칭처럼 변화하는 타깃과 시장에 맞춰 전략은 유연하게 조정되었지만, 브랜드 네임 자체는 흔들리지 않고 장기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성공한 비즈니스가 브랜드를 만들지, 네이밍 하나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입니다. 네이밍은 언제나 브랜드 전략, 비즈니스 구조, 스토리텔링 위에서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플리커와 랄프 로렌 사례는 ‘이름이 좋아서 성공한 브랜드’라기보다, 비즈니스 토대와 브랜드 전략이 먼저 자리 잡은 뒤 그에 맞는 네이밍이 자연스럽게 살아남은 경우로 읽을 수 있습니다.
2. 브랜드 카테고리 분석부터 철저히 하자
—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
네이밍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오류는 이름을 짓기 전에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를 충분히 분석하지 않는 것입니다. 카테고리가 정리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이름도 애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너무 평범해 보이거나
- 기존 브랜드와 비슷해 보이거나
- 반대로 과하게 튀는 이름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많은 실무자들이 “조금만 더 무난하게 가자”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네이밍은 카테고리 안에서만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네이밍은 아이디어 이전에 시장 분석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즉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 분석이 선행되어야합니다. 패션, 뷰티, 식품, 의료처럼 각 카테고리에는 이미 리딩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와 언어, 브랜드 정책이 존재합니다.
이 흐름을 분석하지 않으면 의도와 달리 ‘미투 브랜드’로 보이거나, 변별력 없는 one of them으로 인식될 위험이 커집니다.
특히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브랜드는 이 카테고리에서 선두주자인가, 후발주자인가?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의 신규 브랜드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주자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네이밍의 역할은 ‘튀는 이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두 브랜드와 어떤 방식으로 다를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선두주자가 보수적인 톤을 유지한다면 후발주자는 보다 크리에이티브하거나 명확한 포지션으로 접근할 수 있고, 때로는 ‘2인자’를 자처하는 전략 역시 유효한 선택지가 됩니다.
브랜드가 성장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브랜드 네임은 점차 카테고리 자체를 대체하는 언어가 됩니다. 검색을 ‘구글링’이라고 부르고, 배송을 ‘페덱스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네이밍은 단순한 이름을 넘어 막대한 브랜드 자산이자 경쟁 우위로 작동합니다.

3.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네임, 어떻게 찾아야할까?
미국 중소기업청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에만 2,960 만 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매달 54만 3천개 이상의 기업들이 새롭게 탄생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네이밍 후보가 도출되었다면, 특허청사이트에서 일단 상표권 등록이 되어있는지 체크해보고, 도메인 네임도 사용가능한지 확인해야합니다. 좋은 이름은 거의 다 선점이 되어있습니다.
실무에서 브랜드 네임은 흰 종이 위에서 갑자기 떠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이미 존재하는 정보와 조건들 사이에서 만들어집니다.
브랜드 네이밍을 둘러싼 현실적인 재료들은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
- 경쟁 브랜드들의 네이밍 패턴
- 내부에서 이미 합의된 키워드
- 도메인, 상표, 해외 사용 가능성 같은 현실 조건
실무에서 네이밍 작업은 ‘창작’에 가깝기보다 편집과 선택의 과정에 가깝습니다. 내부 워크숍에서 수십 개의 네이밍 안이 나오지만, 막상 실제 사용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탈락하고 최종 후보는 몇 개로 좁혀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접근이 좋을까요? 가장 독특한 것은 창업자의 이름을 빌려오거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라틴어나 외국의 독특한 지명이나 언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창업자의 스토리를 녹여낸 대표적인 예가 텀블러 브랜드 스탠리(Stanley)입니다. 스탠리는 창업자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William Stanley Jr.)’의 이름에서 출발한 브랜드 네임으로, 네이밍 자체는 매우 단순합니다.

스탠리'는 지금부터 111년 전 1913년에 한 물리학자가 만든 브랜드였습니다. 그 물리학자의 이름이 바로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입니다. 당시 스탠리가 최초의 금속 진공 보온병으로 제작해서 지금과는 다르게 다소 투박한 모습이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이름이 독특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가능한 조건을 모두 통과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발음이 쉽고,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충돌이 없으며, 도메인·상표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했기 때문에 브랜드의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스탠리는 제품의 기술적 신뢰성과 사용 맥락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확장했고, 최근에는 SNS를 계기로 전혀 다른 타깃(젊은 여성 소비자층)까지 흡수하며 재성장했습니다.
즉, 브랜드의 성공은 ‘이름이 특별했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름 위에 전략과 맥락이 덧붙여졌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사례는 네이밍이 영감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을 통과한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 한 줄 요약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멋진 이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의 범위를 먼저 정의하는 일입니다. 이 기준이 정리되지 않으면 네이밍 논의는 언제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글을 마치며
신규 브랜드 런칭에서 네이밍이 어려운 이유는 이름을 짓는 기술보다, 그 이름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기준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네이밍의 해답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실무에서 왜 자꾸 같은 지점에서 막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브랜드 네이밍의 원칙과 구조가 궁금하다면 〈브랜드 네이밍 A to Z: 원칙·사례·전략 완전 가이드〉를 함께 참고해도 좋겠습니다.

▸ 참고문헌
- 데이비드 아커, 『브랜드 리더십』
- 제레미 밀러, 『스타트업 브랜드 네이밍』
- 랄프 로렌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ralphlauren.co.kr/
- 스탠리(STANLEY)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tanley_brand/
▸ 브랜드 네이밍 전략 클러스터
- 브랜드 네이밍 A to Z 원칙·사례·전략 완전 가이드
→ 신규 브랜드 런칭 시 반드시 점검해야 할 네이밍 전략의 전체 구조 - 하겐다즈 브랜드 네이밍에 담긴 의미
→ 언어·문화·발음 전략이 결합된 글로벌 브랜드 네이밍 사례 - 특정 지역·장소에서 브랜드 네이밍 영감을 얻기
→ 지명·로컬리티를 활용한 브랜드 네이밍 접근 방식 - 스타벅스 브랜드 네이밍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 글로벌 브랜드 사례로 살펴보는 네이밍 사고 구조
※ 본 글은 2024년 1월에 발행된 원문을 바탕으로, 2026년 현재 브랜드 네이밍 실무 환경에 맞게 구조와 사례를 보완·정리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더피알컨설팅의 브랜딩·PR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PR매쉬업(PR MASHUP)에서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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